민간건축 활동과 도시재생
민간건축 활동과 도시재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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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시건축 분야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도시개발이 일단락되고, 주택이나 사회기반시설이 상당 수준 축적되고 물리적, 사회적 수명이 도래하면 자연스레 찾아온다. 도시발전 정도가 미약했던 과거에는 신규개발 사업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노후화되고 낙후된 기존의 도시공간을 정비해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도시재생 관련 정책이나 사업을 보면 대부분 행정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로 대표되는 정부 부처가 예산을 매개로 사업대상을 공모하면 지방정부는 응모를 통해 선정되는 수순을 밟는다. 조세구조상 지방세 비중이 워낙 낮은 탓에 지방정부는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그나마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도 줄어들기 때문에 도시재생을 위한 재생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예산 확보를 위해, 또 확보된 예산 소진을 위해 시급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도시재생 사업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예산 지원이 끝나면 사업대상지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주민이 정말 필요해서 한 도시재생이 아니라 행정이나 소위 전문가들이 주도해서 재생을 위한 재생사업을 한 탓이다. 사업내용도 주로 주민교육, 활동가 양성, 벽화그리기, 조형물 설치, 도로정비 등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이처럼 전국이 유사한 도시재생 수법으로 통일된 것은 왜일까. 앞에서 언급한 행정 주도의 하향식 제도와 예산 투입 탓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네 허약한 공동체에 있다. 도시재생이야말로 기존의 마을이나 전답을 “싹 다 갈아엎는” 재개발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골목길에 면한 주택이나 마을, 혹은 단지에 속한 주민들이 협심 단결해야만 성과가 드러나는 구조다. 즉,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재생의 목표를 세우고 선택 가능한 수단을 찾고, 예산지원을 받아낼 수 있도록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실상은 그런 활동을 함께할 공동체가 없거나 허약한 것이다.

그런데 광역시인 울산의 경우 실은 주민 주도의 바람직한 도시재생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가 있어서 흥미롭다. 작년에 준공된 중구 옥교동 소재 ‘녹슨’이라는 건축물은 좁은 골목길에 있던 낡은 단층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소규모 건축물이다. 건축가의 디자인파워와 기획력이 건축주의 안목과 결합하여 대박을 낸 케이스다. 왜냐하면 이 건축물이 울산 최초로 ‘대한민국건축가협회상’이라는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았고, 동판으로 덮인 특이한 외관과 재미있는 건축구성이 젊은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건축물 한 동이 들어서자 죽어 있던 골목길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녹슨이라는 건축물이 점 하나를 찍자 빈사 상태였던 옥골샘 일대에 화색이 돌고, 이에 자극받아 인접한 성남동에도 이와 유사한 건축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유니크한 건축이라는 ‘점’이 점점 늘어나면 ‘선’이 되고 다시 ‘면’이 되는 날 중구 구도심은 진정한 도시재생이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공공이 일방적으로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야 말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이 방식에도 과제는 있다. 먼저 기획력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 건축사가 있어야 하고, 이 건축사와 개념 있는 건축주가 만나야 한다. 이것을 제도 속에서 풀어낼 수 있다면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행정의 적극적인 협조다. 도시재생의 키 역할을 할 민간건축은 대부분 전 자산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업 성공에 대한 믿음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건축 허가과정은 물론 준공 후 사용 등 전 과정에서 규제보다는 지원 방안을 행정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투자유치이자 도시 활성화 대책이며 가장 효율적인 도시재생 전략이다.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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