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교육’에 대한 설명은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 살펴봐도 온전한 것이 없다. 우리 사회가 성인지 교육이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풀이가 그래서 가능해진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인식 수준이 교육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달 25일 경기도에 있는 육군 모 부대 간부숙소에서 열린 가족동반 회식 자리에서 A소령이 부하 여군 부사관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강제추행)을 감행한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 장교는 즉시 보직 해임 처분을 받고 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4·15 총선 직후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이실직고한 뒤 온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만 해도 성인지 감수성이 어느 정도 바닥 수준인지를 웅변으로 알려준다.
그런 관점에서 19일 시교육청 주도 하에 성인지 교육 네트워크가 발족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네트워크의 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있을 것이다. 하는 척 잠시 흉내를 냈다가 어느 시점 ‘핫바지 방구 새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면 요란하게 부산을 떨지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다. 그래도 시교육청에 믿음이 가는 것은 교육감의 실천의지가 일화성으로 끝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노옥희 교육감은 이날 “네트워크 활동이 울산 교육공동체의 성(性)평등 문화 만들기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교육공동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춰 성이 평등한 울산교육을 이룰 수 있도록 네트워크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성인지 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한 교사는 희망적인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네트워크가 거창한 출발보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데 조바심을 내지 않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참으로 바람직한 사회는 ‘성인지 교육’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일 것이라고 믿는다. 제2의 오거돈, 제3의 A소령, 제4의 팬티빨래 사건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으로 무장해서 성인지 교육 네트워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