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교육’ 필요 없는 사회가 바른 사회
‘성인지 교육’ 필요 없는 사회가 바른 사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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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이 노옥희 교육감의 지시를 받들어 성인지(性認知) 교육 네트워크 활동을 적극 지원키로 한 것은 늦은 감은 있어도 참 잘한 결정이다. 시교육청은 최종 결정에 앞서 교육공동체 긴급토론회를 두 차례나 열고 여론이 무르익기를 기다린 모양이다. 지난달의 이른바 ‘속옷빨래 숙제 사건’이 이런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니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두 차례의 토론회에는 지역 성폭력 상담·교육단체, 여성단체, 학부모단체, 인권운동단체는 물론 성인지 교육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교사들도 자리를 같이했다고 하니 이젠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겨도 된다는 얘기인가.

‘성인지 교육’에 대한 설명은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 살펴봐도 온전한 것이 없다. 우리 사회가 성인지 교육이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풀이가 그래서 가능해진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러한 인식 수준이 교육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달 25일 경기도에 있는 육군 모 부대 간부숙소에서 열린 가족동반 회식 자리에서 A소령이 부하 여군 부사관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강제추행)을 감행한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 장교는 즉시 보직 해임 처분을 받고 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4·15 총선 직후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이실직고한 뒤 온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만 해도 성인지 감수성이 어느 정도 바닥 수준인지를 웅변으로 알려준다.

그런 관점에서 19일 시교육청 주도 하에 성인지 교육 네트워크가 발족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네트워크의 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있을 것이다. 하는 척 잠시 흉내를 냈다가 어느 시점 ‘핫바지 방구 새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면 요란하게 부산을 떨지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다. 그래도 시교육청에 믿음이 가는 것은 교육감의 실천의지가 일화성으로 끝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노옥희 교육감은 이날 “네트워크 활동이 울산 교육공동체의 성(性)평등 문화 만들기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교육공동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춰 성이 평등한 울산교육을 이룰 수 있도록 네트워크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성인지 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한 교사는 희망적인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네트워크가 거창한 출발보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데 조바심을 내지 않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참으로 바람직한 사회는 ‘성인지 교육’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일 것이라고 믿는다. 제2의 오거돈, 제3의 A소령, 제4의 팬티빨래 사건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으로 무장해서 성인지 교육 네트워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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