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그 다음을 위한 고민
코로나19, 그 다음을 위한 고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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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등교개학’이 몇 차례나 연기되었는지도 까먹어 버렸다. 3월 초부터 진행된 수차례의 휴업 명령이 4월 9일부터는 단계적 ‘온라인개학’으로 진행되다가, 5월 13일부터 시작하려던 등교개학조차 5월 20일로 미뤄지고 말았다. 자꾸만 바뀌는 등교개학 일정은 학부모와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큼지막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게다가 어렵사리 시작된 온라인 형식의 학습체제는 우리 시대의 교육방법과 미래교육의 방향이라는 새로운 토론의 장까지 열어 버렸다.

그동안 우리 주위에서 맴돌기만 하던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어느 사이 우리 곁에서 누구나 언급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나 이번 온라인개학 이후 학교 현장에서 진행된 여러 가지 수업형태들을 통해 ‘디지털’과 ‘클라우드’는 한 몸의 생물체가 되어 버린 듯하다. 미국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터넷 활용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s)와 우리나라의 K-MOOC가 던진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의 속도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수업의 시행은 교육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빠르고 실제적인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땅의 수백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온라인학습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학습방식이었다. 현실적 제약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었지만, 이번 온라인학습을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와 교실 밖에서도 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교육활동』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의 학교와 교실에서 이루어져 왔던 관계 맺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첫 번째 깨달음과 관련지어 학교현장 선생님들의 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하는 교육지원 시스템의 아쉬움도 함께 곱씹어 보아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처럼 기존의 의학적 지식으로는 당장 어찌할 수 없을 만큼의 무서운 질병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런 진단 속에서 우리들이 고민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이제 진지한 물음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방식은 개별 혹은 집단적 온라인학습 외에 학교담장 너머 지역과 마을에서 제공하는 배움의 중요성도 빠뜨릴 수 없다. 또한, 이번 등교개학 연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 중 하나가 한 부모 가정 또는 조손 가정의 아이들과 맞벌이 부모의 자녀 돌봄에 대한 문제였다. 이 모든 고리의 열쇠는 학교의 부담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가 없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앞에 서고 국가정책으로 더욱 탄탄한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위험한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학교 밖의 다양한 돌봄을 체계화시키고, 아이들이 마을에서 함께 부대끼며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배우는 ‘자치배움터’ 공간을 마련하는 것 또한 새로운 교육의 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새로운 길의 중심에는 시민참여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이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의료진들의 헌신과 정부의 적극행정,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방역모범국가를 만들었듯이, 새로운 교육의 기본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밑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모래성에 불과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다음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김용진 울산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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