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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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人未踏(전인미답), 그 누구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달려왔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길’이라기보다 ‘길’을 만들며 3, 4, 5월을 보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피해, 지구의 일상이 멈춰버린 후, 학교도 잠시 멈추었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던 3월의 개학이 전격적으로 미뤄지고,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원격수업을 전면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도 교사들에게나 학생, 학부모 우리 모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수많은 걱정과 우려들이 함께했었다.

막막했던 하루하루를 버텨오다 보니, 어느덧 5월 중순. 그런데 지금까지 걸어왔던 여정을 뒤돌아보니, 우리 뒤로 ‘길’이 생겼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원격수업 방식들을 찾아가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느새 ‘새로운 길’을 만들며 지금까지 왔다. 완벽한 방식은 아닐지라도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고 보면 학교 현장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맞서온 우리나라 방역당국이, 또 한 명 한 명 모든 국민들이 그동안 한마음이 되어 걸어왔던 시간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새로운 희망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학교는 원격수업에 이어 ‘등교개학’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원격수업이 자리 잡으며 무르익으면서 더 조용했던 학교는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들이 온다는 기대감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을 꼼꼼하게 챙기고, 우리 학교 실정에 맞게 방역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세심한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처음 시도해보는 원격수업을 준비할 때도 서로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며 ‘길’을 만들어갔듯이, 어렵게 첫발을 뗀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한마음으로 저마다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학교 교직원들을 볼 때마다 참 감사하고 든든하다.

등교개학이 시작되면 학교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일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혹시나’ 하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대비하기 위해 지켜야할 수칙들로 학교생활은 어쩌면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교사로서 아이들 눈 마주치며 수업하던 일상이 가장 행복했구나 깨달으며 누구보다 아이들을 만날 시간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지난날이지만, 갑갑한 마스크를 하고 50여 분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서로 부대끼며 성장해가던 아이들 사이에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들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얼마만큼 지켜줄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속에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은 막막한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더 이상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로 함께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왔듯이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임을 믿는다. 우리가 굳게 지켜나가야 할 마음은 바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지키는 일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 모두를 위해 나의 불편함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코로나19 전파의 위기 속에서 마음속에 새겨나갔던 것을 이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前人未踏,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래왔듯이 작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또 다른 방향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절실한 시간이다.

“‘여럿이 함께’는 목표에 이르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목표 그 자체입니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나는 법입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중에서.

강미연 약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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