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버스와 효성의 엇갈린 공장이전 행보
대우버스와 효성의 엇갈린 공장이전 행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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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이전을 둘러싸고 자일대우상용차㈜(이하 ‘대우버스’)와 ㈜효성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여서 시선을 모은다. 15년간 울산에서 비교적 호사를 누린 대우버스는 본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기에 혈안이 된 반면 베트남에다 공장을 지으려던 효성은 방향을 울산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우버스의 장삿속 경영철학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이윤추구의 극대화가 왜 나쁘냐고 우길지 모르나 울산시민들의 정서는 배은망덕한 ‘먹튀 기업’을 눈앞에서 보는 기분일 것이다.

대우버스의 장삿속은 노조의 ‘생존권 투쟁’에서 어렵잖게 엿볼 수 있다. 대우버스 노조는 18일 울산시청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생산량 축소, 계약직노동자 계약 해지, 베트남 공장 증설 등 울산공장 폐쇄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르면 7월 공장이 폐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소문을 종합하면 대우버스 노조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대우버스는 울산시와 2004년 12월 공장 이전 투자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단물만 빨아 왔다’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시는 진입도로와 교량 건설, 추가부지 확보 등의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대우버스는 그 덕분에 ‘버스 내수판매 40%’의 실적까지 올릴 수 있었다.

대우버스가 짐을 싸서 베트남으로 달아난다면 이는 울산시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그래서 노조는 “울산공장이 폐쇄되면 노동자 600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린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당장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지역경제·국가경제가 연쇄타격을 입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대우버스 J이사는 18일 ‘제14회 울산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동차산업 유공자’ 자격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도 ㈜효성이 차세대 섬유 신소재 ‘아라미드’ 생산 공장을 베트남 동나이성이 아닌 울산에 짓기로 한 것은 참으로 고맙고 다행한 일이다. 울산시와 효성은 20일 연산 3천700t 규모의 공장 증설을 약속하는 신규투자 MOU를 체결한다. 효성 CEO들의 마음을 울산으로 돌려놓은 울산시의 기민한 대응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러한 기민성이 대우버스를 울산에 묶어두는 데도 한몫을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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