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섬
그림 같은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8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코로나19로 ‘랜선 여행’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방 안에서 온라인으로 여행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방구석 여행이다. 경상북도 크기 정도인 슬로베니아는 유럽 동남부 발칸반도에 있는 작은 공화국이다. 서쪽으로 이탈리아, 북쪽으로 오스트리아, 북동쪽으로 헝가리, 남쪽·남동쪽으로 크로아티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직항이 없다.

슬로베니아의 북서부 휴양지인 블레드로 갔다. 알프스 서쪽에 위치한 블레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듬뿍 가진 매력적인 도시이다. 어딜 봐도 아름다운 경치로, 흔히 달력에서 봤던 호수 가운데 성이 보이는 그림 같은 곳이다. 호수 가운데 유명한 ‘블레드 섬’이 있다. 보트를 타고 관광하는 블레드 호수는 멋진 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넋을 놓는다.

배에서 내리면 많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단숨에 가긴 힘들 정도로 많았다. 세어본 것 같으나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천국의 계단같이 꼭대기에는 예쁜 건물이 보인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바로크식 성모승천 성당이다. 내부에 있는 종이 유명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밧줄을 당겨 종을 칠 때 소원(사랑)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좁고 예쁜 문양의 나무계단으로 종탑까지 올라갈 때 신기한 게 보인다. 돌이 달린 도르래를 이용해 종을 움직이는 원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블레드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지친 여행객에게 안정된 휴식을 준다.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에는 연인들이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며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있다. 그 풍경에 빠진 사람들의 표정도 아름답다.

플레트나 보트는 블레드 섬으로 들어가기 위한 교통수단이다. 위에는 차양이 있고 양쪽으로 앉을 수 있는 나무배인데 두바이나 이탈리아보다 깨끗하고 예쁘다. 뱃사공(?)은 우리나라 여행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유명한 사람이다.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노래도 잘한다. 농담을 잘해서 웃다 보니 아쉽게도 내릴 때가 되었다.

블레드 호수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오래된 고성이 있다. 1004년 독일의 황제 헨리2세가 브릭센 대주교에게 블레드 영토를 하사하면서 만들어진 성이다. 처음의 성벽은 높은 언덕 비탈에 위치했고,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중세 이후에 많은 탑이 지어지면서 요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성의 입구에는 고딕 양식의 아치가 있으며 다리로 성을 연결한다.

현재 성은 박물관으로 쓰여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성안에는 우리의 공동우물 같은 우물도 있고 맞은편에 달게 먹은 아이스크림도 생각난다. 성에서 보이는 블레드 호수와 섬은 너무 멋지다.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하지만 안 갔다 오고 여기서 보기만 했다면 평생 꿈을 꾸며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슬로베니아가 자랑하는 포스토이나 동굴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카르스트 동굴이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석회암의 용식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난 기이한 종유석을 볼 수 있다. 길이는 약 20km이며 자연이 이룬 기적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깊은 동굴 속에 자생하는 휴먼 피시라는 물고기는 희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색깔이 사람의 피부색과 같은 색이라 더욱 신비롭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를 감상하느라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동굴 꼬마기차를 타고 안전하게 관람을 즐길 수 있고 1시간 반이 소요된다. 동굴의 내부는 항상 10°C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도 약간 추웠다. 겨울이면 포스토이나 인근에 있는 칼리츠의 스키장을 찾아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기도 한다. 기념품 가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여러 가지를 구경했다.

슬로베니아는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배경이다. 작품 초반부에 주인공 베로니카가 자살하려는 대목에서 수도가 류블랴나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인기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와 ‘흑기사’의 배경지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슬로베니아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버킷 리스트에 추가하길 권하고 싶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 작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