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配慮)와 아량(雅量)이 필요한 사회
배려(配慮)와 아량(雅量)이 필요한 사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7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기계를 빼놓고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기계가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상생활인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주스 한잔 만들어 마시는 일까지 기계가 다 해주고, 커피도 자판기에서 만들어주고, 출퇴근하고 이동하는 데도 자동차 같은 기계가 없으면 안 된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도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은행에서 입출금하는 것도 기계가 하고, 아이들의 놀이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한다. 앞으로는 인공지능로봇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명령에 따라 정확한 시간에 모든 일들을 착착 처리해 주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기계와 더불어 사는 삶이 빠르고 편리하기는 한데 기계 속에서 살다보니 사람들의 성품도 기계화되어 가는지 인간미가 너무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 단돈 100원 때문에 60대 택시기사가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승객이 택시를 타고 가서 요금이 4천300원 나왔는데 만 원짜리를 낸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택시기사는 잔돈이 부족해 5천600원을 주었는데 100원을 덜 주었다고 시비가 붙었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되었다. 밤 9시경 택시에서 내리려던 승객은 거스름돈 100원을 더 달라고 하고 택시기사는 잔돈이 없다고 하는 가운데 언성이 높아졌고, 승객이 문을 열어놓고 내리지 않자 기사가 걸어가서 승객을 끌어내리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택시기사가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으나 택시기사는 심정지로 숨졌다.

택시기사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았고 2년 전엔 혈관 확장 수술까지 받은 상태여서 병원에서는 병사로 추정했으나, 어쨌건 단돈 100원이 발단이 되어 불행한 결과를 빚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택시기사나 승객이나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아량을 베풀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빌립보서 2장 3~4절)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것이 배려다. 사전적 의미로 배려(配慮)는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이고, 아량(雅量)은 ‘너그러운 마음씨’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량을 베푸는 사람이 적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자기 편한 것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불편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차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좁은 골목 코너에 차를 세우고 사라져버리는 사람, 자전거도로나 횡단보도에 차를 세워 길을 막는 사람, 주차장에 쓰레기를 슬쩍 내려놓고 가는 사람, 공원에서 먹고 놀다가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인터넷에 비난하고 욕하는 악플을 다는 사람, 나이 많은 택시기사나 노점상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 외국인 근로자를 무시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사람 등 배려할 줄 모르고 아량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도 젊은이들이 자기 기분에 도취되어 코로나 감염의 위험성을 가볍게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데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 행동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철저하게 경험했다. 사람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지만 사회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아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배려할 줄 모르고 아량을 베풀지 않고 욕심만 부린다면 우리 사회는 삭막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내가 조금만 배려하고 아량을 베푼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살맛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