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지팡이]디지털성범죄 고리, 확실하게 끊자
[시민의 지팡이]디지털성범죄 고리, 확실하게 끊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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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운영자 ‘갓갓’이 붙잡히면서 무거운 처벌을 촉구하는 등 국민의 분노가 연일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성 착취 수법을 보면, 범인들은 먼저 ‘고수익 아르바이트’ 따위의 돈벌이를 미끼삼아 어린이나 청소년을 유혹·겁박한 뒤 성 착취 영상물과 개인정보를 확보한다. 그런 다음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다수의 채팅방 사용자들에게 금품을 받고 불법 촬영한 여성의 성 착취 영상물을 퍼뜨린 뒤 피해자가 이를 신고할 준비를 하거나 저항하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요구사항의 수위를 높여나간다. 한마디로 ‘디지털 성범죄’인 것이다.

텔래그램 성 착취 사건은 기존의 음란물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운영자는 n번방 입장의 대가로 대화방 참가자들에게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를 요구했고,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더한층 비밀스럽고 교묘한 수법을 써서 음성적으로 퍼져나가게 했다. n번방 참가자들은 공개되지 않는 공간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며 인간 존엄성을 말살하는 수준의 성 착취 영상물을 공유했고, 일부는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가담하기까지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과 정신적 고통을 겪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또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피해정도가 다른 범죄보다 훨씬 컸다.

최근 성 착취 영상물 공유 사건을 계기로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26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설치했고, 4개 경찰서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발족시켜 디지털 성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사이버 성폭력 4대 유통망(SNS,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에 대한 단속 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특히 피해자들의 고통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피해조사는 여경의 도움을 받게 하고 피해자 신뢰관계인 동석, 무료 국선변호인 선임 등의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조사 후 각 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의 도움으로 신변 보호, 임시숙소 마련,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 휴대, 심리상담·치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피해상담은 24시간 운영되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법률상담은 대한법률구조공단 132를 통해 무료로 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수사기관의 노력만으로는 근절될 수 없다. 온 국민이 심각성을 깨닫고 함께 대응해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 불법 성 착취 영상물의 다운로드와 배포는 법에 따라 처벌받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 때문에 고통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피해자를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관대해서는 안 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

조상래 울산중부경찰서 경비작전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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