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울산 노사문화 바뀔까?
【심층진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울산 노사문화 바뀔까?
  • 이상길
  • 승인 2020.05.1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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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확산 전망… 국제무대 생존위한 ‘상생협력’ 바람 불 듯
바야흐로 격동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작금의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전의 시대가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번영하는 시대였다면 이후의 시대는 정반대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수출이 주된 성장 동력인 울산으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고, 그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동안 대립일변도로 흘러온 지역 노사문화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 노사문화의 변화를 미리 점쳐본다.

◇대립일변도로 흘러 온 지역 노사관계

명실공히 산업수도로 군림해온 울산의 노사문화는 사실상 수출주도형 공업국가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의 노사관계를 대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울산에는 단일 사업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 조합원 수만 해도 현재 현대차의 경우 5만여명, 현대중공업은 1만여명에 이른다. 그 때문에 울산의 노사문제는 늘 전국적인 이슈였지만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나치게 대립 일변도로 흐르면서 지탄의 대상이 됐던 것.

단적으로 해마다 이뤄지는 노사 임금협상에서 노조의 파업 투쟁 없이 타결된 해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현대차의 경우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9년 외에는 모두 파업으로 점철됐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까지 1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다 그해 말 강성 노조로 바뀐 뒤부터는 지역 내 최대 분규 사업장으로 변했다.

인접한 현대차와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자 이전까지 노조를 이끌어 온 중도실리 성향의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지만 그 즈음 조선업 불황이 서서히 덮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됐다. 그 결과 현대중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6년 연속 분규 사업장이 됐다.

특히 2015년 임금협상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해를 넘겨서 타결됐다. 지난해 임단협은 해를 넘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 주도 협력적 노사관계 바람… 산업계 전반 확산 ‘군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지금의 상황에서 노사관계의 흐름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건 현대차 노조다.

대한민국 노조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이 노조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 건 지난해 12월 중도실리 성향의 이상수 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물론 그 전에도 중도실리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섰을 때 무파업 타결을 이뤄냈던 적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 집행부를 두고 지역 노동계에서는 소위 ‘마인드 자체가 열려 있다’는 평가가 적잖다.

실제로 우선 이상수 지부장은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뻥’ 파업을 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또 이어진 집행부 출범식에서는 “4차 산업과 친환경 차량 등 산업 변화에 맞춘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를 노조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자 노조는 사내소식지를 통해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면서 그동안 노조 내부에서는 쉬쉬했던 낮은 생산성 문제까지 들고 나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HPV(차 한 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 수치가 낮을수록 생산성 우수)는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포드(21.3시간), GM(23.4시간) 등 주요 경쟁사들보다 길었다. 현대차 해외 공장과 비교했을 때도 미국(14.7시간), 체코(15.3시간), 러시아(16.2시간), 중국(17.7시간), 브라질(20.0시간), 인도(20.7시간), 터키(25.0시간)와 비교해 생산성이 가장 낮았다.

결국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사측과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노조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작금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상황과 맞물려 기존의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적 노사관계로 산업계 전반을 견인할 수 있는 군불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지역 한 노사 전문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거의 낭만의 시대가 아닌 생존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지금의 현대차 노조의 협력적인 태도는 갈수록 대중의 지지를 얻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잖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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