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協보도준칙 불러낸 ‘이태원 클럽 사태’
記協보도준칙 불러낸 ‘이태원 클럽 사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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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접촉자를 무더기로 양산한 ‘이태원 클럽 사태’가 또 다른 시빗거리를 몰고 왔다. 확진·접촉자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른바 ‘용인 66번 확진자’ A씨가 서울 이태원의 유흥주점 가운데 하나인 성소수자(동성연애자) 출입 K업소도 다녀갔다는 일부 방역당국자의 섣부른 발표와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시비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SNS 공간에서는 A씨와 K업소에 대한 비난성 혐오 표현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언론매체는 K업소의 성격을 부각시킨 보도로 논란을 부추긴 셈이 됐다. “하필 게이클럽 방문자 확진”, “수백 명 강제 아웃팅 되나”, “동선 숨길 가능성 커” 등 차별적 표현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거나 성소수자의 약점을 강조한 자극적 제목을 뽑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성소수자 인권보호·방역협력, 선택 아닌 필수’라는 제목의 12일자 시론에서 ‘게이 ○세포’ ‘○○ 동물들’ ‘유전적 ○○품’ 같은 폭력적 언어가 사이버 공간에 넘쳐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런 지적에 힘입었음인지 상황은 차츰 반전이 되는 모습이다. 대체적인 여론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성 표현이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연합시론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감염이 성소수자이건 아니건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며, 차별은 진단받아야 할 이들을 움츠러들게 하여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여론 전환의 한 축은 한국기자협회(이하 ‘기협·記協’)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협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관련 보도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감염병 보도준칙’을 발표한 바 있다. 기협은 이날 “‘감염인’에 대해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은 물론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 의견도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강남성심병원)는 지난 7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성소수자가 다니는 클럽이다 아니다를 공개하는 것이 역학조사에서 큰 의미는 없다. 언론에서 그런 부분을 강조한 것이 오히려 역학조사위원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죄악시하는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이들에 대한 증오의 시선을 쉽사리 거둘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언론이든 국민이든 평정심을 되찾는 것이 이태원 업소 출입자들의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묘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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