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부터 철저하게
작은 일부터 철저하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1.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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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랑비에 옷 젖는다, 한 술 밥에 배부르랴 등등이 작은 일부터 철저하게 하라는 경구(警句)로서의 속담이다. 일에 착수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고, 일에 들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고,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것을 속담으로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긴 바늘에 눈이 있으니 허리도 있겠지마는 바늘 눈에 실을 꿰어야 바느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서 바늘허리가 어디인지 물어보고 거기에 실을 묶어 바느질을 해본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당연한 일인데 커서도 이런 당연한 일을 그냥 지나치는 어른들이 많다. 서두에 밝힌, 작은 일부터 철저하게 하는 버릇이 안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대충 건너뛰는 버릇만 들었다. 최근 전남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 옮기기가 대충 건너뛰는 버릇의 본보기 이다.

이 당선자의 질책 한 마디로 5 년 동안 옮기지 못했던 전봇대가 5시간 만에 옮겨졌다고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순서를 밟아 철저하게 일하는 본보기를 이 일에 적용한다. 이번에 옮긴 전봇대는 전문용어로 ‘콘크리트 전주’라고 한다. 이 전주는 2만 2천 900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받치고 있다. 이 전주가 처음에 어떤 절차를 밟아 세워졌는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전력에서는 원칙적으로 개인 소유의 땅에는 전주를 세울 수 없다. 공공용지(도로변, 국유지, 공원 주변)를 우선으로 하는데 공단과 같이 개인 소유이지만 여러 공장들이 공동으로 전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공단 측의 관리사무소와 협의하여 전주를 세운다. 이렇게 개인소유의 땅에 세워진 전주는 요청자부담원칙으로 이전 비용을 공단 측이 부담하고 옮기게 되어있다. 이때 대불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곳이 군(행정관서)의 소유이고 전주가 서 있는 곳이 지방도로라는 군(郡)도로라면 군에서 옮기는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전주 하나를 옮기는데 약 300-400만원이 든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의 어느 사업소장이 공단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국가를 위하는 일편단심으로 이전 비용을 한국전력이 부담하고 전주를 옮겼다면, 그 사업소장은 다음 한국전력 자체 감사에서 징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일을 군에서 시행했다면 군청에서는 군청대로 군의회의 예산집행감사를 톡톡히 받아야 한다. 법 절차를 어겼기 때문이다. 서로 책임지울 수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급기야는 이 당선자의 지적으로 까다로운 절차를 대충 건너 뛰어 전주를 옮겨버렸다. 작은 일을 철저하게 한 것인가? 아니다. 5년을 끌고 온 공단 측의 관리사무소장이 직무유기를 하였거나 그렇지 않다면 이 당선자의 지적 한마디로 그냥 옮기기부터 했다면 시행자측이 월권을 한 것이다.

울산시교육청이 학생희망 배정 미달 일반계 고등학교의 이전을 검토한다고 한다. 전봇대 옮기기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 대충 건너뛰는 일은 저지르지 않겠지만 이 일에는 대통령의 지적이 들어온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군(郡)도로와 개인 도로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대응되어 있다. 이 점을 철저하게 밝혀주어야 앞으로 감상만 교육감의 2년 반, 이명박 당선자의 5년이 작은 일부터 철저하게 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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