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작가의 ‘책 한 권 드실래요?’ ] 오늘 나랑 야구 보러 갈래?
[이기철 작가의 ‘책 한 권 드실래요?’ ] 오늘 나랑 야구 보러 갈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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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허구연- 여성을 위한 야구 설명서

어떤 이를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 쓰는 일은 보기에 흐뭇한 장면이다. 나보다 남을 더 이해하고 상대의 형편을 더 적극적으로 살피고 도와주려는 행동은 쉬운 듯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몸에 배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이것을 배려(配慮)라고 하는데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약자, 소수자 등을 위한 돌봄과 챙김의 장면은 훈훈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행위는 마치 행복 바이러스처럼 퍼져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기초가 된다.

상대를 챙긴다는 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친절과 관심을 기울여주면 된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군대 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이 될 경우가 많다. 이 자리에 혹시 여자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그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고 만다. 대화에 끼이지도 못하고 그들만의 잡담에 하품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된다. 공동의 화제가 아닐뿐더러 군대라는 사회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여성으로서는 불쾌감까지 느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사달이 나고 만다.

스포츠 시즌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종목의 스포츠가 연기되거나 중단 사태를 빚어왔는데 천만다행으로 프로야구와 축구가 무관중이지만 개막을 했다. 비록 랜선으로 ‘집콕’ 응원을 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요즘같이 갑갑한 시절 이마저도 소소한 기쁨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는 꽤 까다로운 규칙들이 있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특히 야구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경기여서 매력적이지만 룰을 모르면 재미를 놓친다. 한국프로야구 원년부터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여성을 위한 야구 설명서’는 그야말로 ‘친절한 구연씨’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야구 천재가 돌연 야구를 그만두고 법학을 공부했다가 그것도 시들해져 다시 야구 인생으로 진로를 바꾼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얼마나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가는 몇 가지 일화로 증명된다. 우선은 일본식으로 된 용어를 폐기하는 데 앞장섰다. 포볼은 ‘볼 넷’, 데드볼은 ‘몸에 맞는 볼’ 등으로 고친 이가 그다.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미국으로도 수출됐는데 특히 미국의 야구팬들은 한국선수들의 ‘빠던’에 열광한다고 한다. ‘배트 내던지기’로 ‘배트 플립’이라는 전문용어인데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집어 던지는 행위로 미국프로야구에서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상대 투수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즉 신사답게 경기를 하라는 말씀.

그의 한글 사랑과 함께 과학적 분석과 친밀한 해설은 그의 고유상표가 된 지 오래다. 하일성, 김소식 등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해설가 1세대이지만 데이터 시대인 오늘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입담을 과시하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모든 열정을 다 바치는 노력의 결과다.

그의 서재는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집, 그리고 사무실, 집의 서재에는 전공관 관련된 법률 서적과 미술, 음악 등 교양서적이 쌓여있고 사무실에는 미국과 일본 야구와 관련된 자료들로 꾸며져 있다. 야구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각종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갈무리해 이를 적절히 버무려 맛깔나는 해설을 하는 것이다.

조만간 야구장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혼자 경기장 가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데이트 장소로 야구장만 한 곳이 없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경기 동안 자주 여자친구에게 야구 규칙도 설명해주자. 혼자만 흥분해서 침 튀겨가며 고함지르지 말고, 다정함은 예기치 않은 행운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오늘 나랑 야구장 갈래?” 이만한 데이트 신청은 없다. 부디 행복한 나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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