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큰금계국, 생태교란 식물인가?
[조상제의 자연산책] 큰금계국, 생태교란 식물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1 2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국화과 식물입니다. 가을도 아닌데 무슨 국화과 식물? 가을이 아니어도 국화과 식물은 봄에도 피고, 여름에도 핍니다. 민들레, 씀바귀, 백일홍, 달리아, 코스모스, 금계국 등. 모두 피는 시기는 다르지만 국화과 식물입니다. 서로 사촌, 육촌, 팔촌들로 국화과 집안이죠. 난초과가 가장 진화한 식물로 3만여 종 된다면 국화과는 두 번째로 2만여 종 됩니다.

진화된 국화과 식물의 꽃의 특징을 한 번 살펴볼까요? 국화과 꽃 중에 백일홍이나 금계국을 생각하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가 금계국이니 금계국으로 할까요? 꽃은 헛꽃인 설상화(舌狀花)와 참꽃인 관상화(管狀花)로 되어 있습니다. 세어보니 금계국은 혀(舌) 모양의 가짜 꽃잎 8개가 사방으로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혀 모양의 꽃 가운데는 수십 개의 관으로 된 통꽃(관상화)이 있습니다. 이 통꽃이 진짜 꽃입니다. 이 통꽃에 암술과 수술이 있으며 이곳에서 수정이 이루어지고 씨앗이 생깁니다. 혀 모양의 설상화는 화려한 만큼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가짜 꽃입니다. 종종 아이들이 백일홍에서 헛꽃과 참꽃 중 어느 것이 꽃인지를 물어옵니다. 둘 다 꽃입니다. 말 그대로 혀 모양의 꽃은 가짜 꽃이요, 관 모양의 꽃은 진짜 꽃입니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금계국(金鷄菊). 이 꽃은 아예 국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군요. 꽃의 색깔이 황금색 볏을 가진 관상용 닭 금계(金鷄)를 닮아서 금계국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6~7월에 피는 노란 물결의 국화인 거죠.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금계국이 사실은 금계국이 아니라 큰금계국입니다. 큰금계국. 금계국보다 뭐가 크다는 이야긴데. 꽃이 크고, 키가 큽니다. 보통 금계국은 60cm 정도 자라지만 큰금계국은 1m까지 자랍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점은 금계국은 통꽃 주변에 자갈색 또는 흑자색 무늬가 있으나, 큰금계국은 통꽃 주변에 아무런 무늬가 없습니다. 큰금계국은 나대지나 공터 등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는 적당한 크기로 자라지만 조금이라도 비옥한 땅에서는 키가 1m 이상 자라 잘 넘어져 학교화단에 키우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금계국과 큰금계국과의 차이점은 금계국은 한두해살이이고, 큰금계국은 여러해살이입니다. 문제는 금계국은 번식력이 그렇게 왕성하지는 않으나 큰금계국은 뿌리와 씨앗으로 동시에 번식하기 때문에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본래 살고 있던 우리의 특산식물이나 토종식물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특정외래생물’로 지정해 허가 없이 심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에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태계교란 외래동식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큰금계국을 일부 언론에서는 하루 빨리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해 더 이상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종묘상이나 일반인들이 금계국과 큰금계국을 잘 구분하지 못해 큰금계국을 금계국으로 잘못 알고 무분별하게 유통시키거나 심는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다른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큰금계국의 생태계교란식물 지정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를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아직은 생태교란식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줄기뿌리가 있기는 하나 그렇게 길지 않고, 씨앗도 민들레나 개민들레처럼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가 아니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자연번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건조에 매우 강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은 가뭄에 고사를 하지만 큰금계국은 잘 버틴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속도로변, 강변, 축제장 등지에서 보는 금계국이 예쁘기만 하세요? 아니면 너무 많아 징그러우세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금계국, 큰금계국이 그 악명 높은 가시박이나 돼지풀처럼 우리 모두에게 천대받는 그런 때가 올까요?

제주도의 도로가나 공터를 무자비하게 장악한 서양금혼초(개민들레)처럼 금계국도 예쁘기만 하지만 언젠가는 생태교란식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조상제 범서초등학교 교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