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거리예술 ‘그래피티’ 미술관 속으로
울산, 거리예술 ‘그래피티’ 미술관 속으로
  • 김보은
  • 승인 2020.05.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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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관 ‘파리에서 온 무슈샤-M.Chat 고양이展’ 리뷰]
지난 1일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개막한 ‘파리에서 온 무슈샤-M.Chat 고양이展’ 전시장 내부 모습.
지난 1일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개막한 ‘파리에서 온 무슈샤-M.Chat 고양이展’ 전시장 내부 모습.

 

일탈의 상징이나 비주류 거리예술로만 여겨지던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가 미술관 속으로 들어왔다. 입이 귀에 걸리듯 활짝 핀 미소를 머금은 고양이 ‘무슈샤(M.Chat)’와 함께 전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토마 뷔유(Thoma Vuille)’의 작품이 그것.

프랑스 파리 빈민가에서 밤마다 몰래 그림을 그리던 그는 소외된 이들의 지지를 받아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에서 작업할 정도로 팝아트를 뒤흔드는 전도유망한 아티스트가 됐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이 서울, 대구 등을 거쳐 마침내 울산에 닿았다. 지난 1일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개막한 그의 전시는 코로나19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하루 1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울산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시에선 총 5개 주제에 걸쳐 130여점의 작품이 펼쳐진다. 선보이는 작품들은 거리의 모든 곳을 캔버스 삼아 그리던 습성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크기가 큰 편이다. 대신 전시를 위해 락카나 스프레이 대신 아크릴과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

전시장에 들어가 가장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다. 가슴에 무슈샤를 매단 채 다소 진지한 표정을 한 그의 모습은 무슈샤의 탄생 배경을 설명한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여러 차례 반복된 수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된 무슈사는 파키스탄 한 소녀가 그린 익살맞은 고양이 그림에서 시작됐다. 불어로 무슈(Monsieur)는 남성에게 붙이는 경칭이며 샤(Chat)는 고양이로, 남성 고양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그림 속 속눈썹이 있는 고양이는 여성 고양이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분신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1997년부터 무슈샤 가면을 쓴 채 파리 지하철 샤를레 역 등 건물의 벽면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국 보도에 그림을 그렸고 그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자신의 대한 기록을 ‘재미있게’ 남기길 선호하는 그는 체포과정 역시 ‘3월 17일부터 18일 밤 사이에’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그가 체포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 공공재산 훼손죄로 고소된 그를 위해 시민 1만7천여명이 나서 고소 취하 성명을 내면서 아티스트로서 인지도를 쌓았다. 작품 속 감옥에 갇힌 상태에도 철창을 부여잡은 채 웃음을 띈 무슈샤의 모습은 이러한 지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이어지는 두번째 주제 ‘세계여행 무슈샤’는 지난해 서울에서 전시를 하면서 머물렀던 기록을 담았다. 이 부분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서울스케치’다. 늘 체포만 되던 그에게 서울지방경찰청 방문해 경찰복을 입어보고 경찰들도 티타임을 가지는 건 남다른 감상을 줬다. 이에 경찰청 마크를 비롯한 서울과 연관된 이미지를 넣어 이 ‘서울스케치’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세번째 주제로 넘어가기 전 나타나는 벽면을 가득 채운 지폐 콜라주 작품은 일상의 모든 사물에 예술을 담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자본주의와 같은 무거운 주제보단 토마 뷔유가 태어난 연도인 1977년과 행운의 숫자인 ‘7’에서 따와 1달러 지폐 77장에 자신 그 자체를 녹였다.

세번째 주제 ‘무슈샤 of God’와 네번째 주제 ‘콜라주와 오마주’에는 토마 뷔유만의 독특한 시각이 드러난다. 세번째 주제에선 프랑스 왕국의 초대 왕인 클로비스의 대관식 한가운데 무슈샤를 데려다 놓는가 하면 19세기 인상주의를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네번째 주제에선 프랑스 출신의 화가인 페르낭 레제, 앙리 루소, 앙리 마티스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이들의 작품을 오마주했다. 산업혁명을 미술로 끌어들인 인물로 평가받는 페르낭 레제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음침한 분위기지만 그는 원작에 무슈샤 캐릭터를 입혀 밝게 연출했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도 마티스보다 과장되게 그려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끝으로 전시는 웃음과 행복을 전하는 ‘무슈샤 파라다이스’로 마무리된다. 이 부분 작품 중 퐁피두 센터 광장 앞에서 대형 무슈샤를 그리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만든 ‘퐁피두 센터’는 세계 미술계에서 달라진 그래피티의 위상을 가늠케한다.

그래피티의 특성을 살려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밝은 인상을 주는 전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이달에는 전시해설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대신 주요 작품에는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어 QR코드를 활용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그린 무슈샤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체험부스도 전시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현 시국을 반영하듯 마스크를 낀 무슈샤 그림 등 울산의 토마 뷔유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19일까지 계속된다. 톡톡 튀는 감각의 토마 뷔유의 작품을 관람하며 일상 속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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