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의 드라마에세이]또! 오해영 - 이것은 ‘우주대서사 달달로맨스’다
[이상길의 드라마에세이]또! 오해영 - 이것은 ‘우주대서사 달달로맨스’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0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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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또! 오해영'의 한 장면.
드라마 '또! 오해영'의 한 장면.

 

살다 보면 ‘포장’과 ‘내용물’이 완전히 다를 때를 가끔 겪게 된다. 내용물은 별 거 아닌데 포장만 번지르르할 땐 허탈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홀딱 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그랬고, TV드라마로는 최근에 보게 된 <또! 오해영>이라는 작품이 그러했다. 홀딱 반해버렸던 것. TV드라마 속 로맨틱 코미디물이라는 게 늘 그랬듯 제목과 포스터만 딱 봤을 땐 이번에도 ‘백마 탄 왕자’와 ‘평범하고 예쁜 여자’ 간의 그저 그런 알콩달콩 로맨스 정도로만 생각해 본방 시절엔 속된 말로 그냥 재껴버렸더랬다. 그러다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돼 정주행하다 그만 푹 빠지게 됐다.

박해영 작가가 쓴 로코물은 확실히 달랐던 것. 극강의 달달함은 둘째 치고, 아니! 어떻게 로맨틱 코미디에 ‘우주’를 갖다 붙일 수가 있을까? 드라마를 못 본 분들을 위해 줄거리부터 소개하자면 남자 주인공 도경(문정혁)은 영화나 드라마 속 사운드를 책임지는 사운드 엔지니어 회사 대표다.

그는 불과 1년 전 너무도 사랑했던 오해영(전혜빈)이라는 여자로부터 결혼식 당일 파혼을 당했다. 식을 앞두고 신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그의 앞에 다른 오해영(서현진)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다른 해영도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까 해영 역시 결혼식을 앞두고 사랑했던 남자 태진(이재윤)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했던 것. 사실 두 오해영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고, 해영(서현진)의 파혼에는 오해로 빚어진 도경의 책임이 있었다.

그 때문에 도경은 그걸 모르는 해영(서현진)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자꾸만 그녀와 마주치다 급기야 운명처럼 해영이 자신의 옆집에 세 들어오게 되면서 둘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가 시작된다. 또 그러는 와중에 사라졌던 해영(전혜빈)까지 다시 돌아와 해영(서현진)이 다니는 회사 TF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삼각관계로 번지게 된다.

그랬거나 말거나 뭐 여기까지는 TV드라마에서 흔하디흔한 연애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는 이제부터인데 사실 도경에겐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었다. 아니 갑자기 생겨버렸는데 특이하게도 자신의 옆집에 세 들어오게 된 해영(서현진)과 관련해서만 ‘몇 분’이나 ‘몇 시간’ 혹은 ‘며칠 뒤’에 실제로 일어날 일이 미리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경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죽어가는 것도 미리 보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듣게 된 도경의 주치의인 순택(최병모)은 자꾸만 해영(서현진)과 관련된 미래가 보이는 현상의 원인을 알아냈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미래 어느 시점에 도경은 교통사고로 죽게 되는데 숨이 멎어가는 그 순간, 자신도 사랑하면서 감정표현에 솔직한 해영(서현진)의 마음을 끝내 받아주지 못했던 게 가장 후회가 됐고, 그 때문에 해영과 관련된 중요한 순간들이 미리 보이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순택은 이런 말을 보탠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 있어요.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은 인간의 착각에 불과하다. 인간의 DNA랄까, 영혼이랄까, 뭐 그런 거에 이미 인생의 기록이 다 새겨져 있다는 거죠.”

이 말인 즉은 모든 게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고, 현재진행형인 줄 알았던 도경과 해영(서현진)의 연애담은 사실은 과거였다는 것.

이게 전혀 말이 안 되는 설정이 아닌 건 시간이 중력의 크기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건 상대성 이론에 의해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중력이 약한 우주 공간 속에서는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만큼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 중인 우주비행사에게 있어 지구에 사는 인간들의 현재는 과거인 셈. 놀랍지 않은가? 분명 박해영 작가는 2014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 이 드라마의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인터스텔라>처럼 <또! 오해영>에서도 ‘마음’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데 도경과 해영(서현진)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통해 결국 정해진 운명도 바꾸게 된다. 다시 말해 우주의 흐름을 변화시킨다.

사실 마음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끝이 있는지 없는 지 알 수가 없고,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에서 우주와 닮았다. 또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그러니까 우주처럼 마음 역시 과거, 현재, 미래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늘 동시에 존재한다.

그런 마음이 하는 최고의 일은 역시나 ‘사랑’. 우주에 별(태양)이 있다면 마음속엔 사랑이 있지 않을까. 태양이 생명을 창조한다면 사랑은 생명을 잉태한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비스코트’도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은 양쪽에서 태양을 느끼는 것이다.”

2016년 6월 28일 종영. 18부작.

취재1부 이상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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