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도 배려해야 하는 이유
‘불법체류 외국인’도 배려해야 하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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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관기관들이 7일 울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울산시와 울산경찰청,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울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들이 간담회에서 머리를 맞댄 것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코로나19 전파와도 유관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의 말대로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 진단검사 등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방역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게 하려는 ‘포용적 방역’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렇잖아도 마스크 파동 시기에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공적마스크 한 장 변변히 챙기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늦은 감은 있어도 참 잘한 일이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극복을 겨냥한 정부 대책과 협조사항을 공유했다. 정부 대책에는 △진료기관 이용 시 출입국·외국인관서 통보의무 면제 △코로나19 대응지침 사례에 해당 시 검사비용 무료 및 확진 시 치료비 무료 적용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대한적십자사를 통한 공적마스크 보급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 외국인이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감염증 의심으로 검진을 받는 경우 담당공무원이 불법체류 사실을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따지고 보면 불법체류 외국인 대부분은 일손이 모자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산업역군, 효자손 노릇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노출을 꺼리는 것은 ‘불법’ 딱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덜미라도 잡히는 날에는 ‘강제출국’을 당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그런 정황을 헤아린 끝에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양지로 걸어 나올 수 있게 배려한 것은 대단히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본다.

비록 ‘불법’이란 족쇄가 채워져 있긴 해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효용가치는 금전적 액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농번기 농촌 일손의 상당부분을 이들이 감당해온 사실은, 그리 유쾌하진 못해도, 잦은 불의의 사고 소식을 통해 엿들을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농번기는 어김없이 찾아왔고, 일손이 아쉬운 농가나 농촌지역 지자체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합법적 입국의 길마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감지한 농협중앙회 합천군지부는 7일 경남 합천군 고품리 마늘재배 농가에서 마늘쫑 솎아내기 작업을 도왔고, 경북 청도군은 농촌일손 돕기 창구를 3개월간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때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거쳐 손품을 팔 수 있게 도와준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탈리아가 자국에 머무는 미등록 이주민 60만 명에게 체류와 노동을 동시에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외신을 타는 것도 우리네 사정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탈리아는 ‘미등록 이주민’, 달리 말해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입국봉쇄 기간에도 고령자 보살핌과 농작물 수확에 ‘필수인력’ 인상을 깊이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울산시의 ‘전향적 사고’와 ‘포용적 방역’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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