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숲의 향기를 누릴 수 있도록
누구나 숲의 향기를 누릴 수 있도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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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면 대형 산불이 발생해 관리기관은 맘을 졸인다. 산림담당부서는 산불조심기간이면 촉각을 곤두세운다. 작은 불도 강풍을 타고 큰 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소소한 상황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얼마 전 경북 안동에서도 산불이 나 대략 800ha의 산림이 소실됐다. 지난 3월에는 울주군 웅촌면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 조종사의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있었다. 산림 또한 200ha가 불에 탔고, 인근 상당수 주민들이 밤 시간 대피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순간 방심으로 소중한 산림자원이 잿더미로 변했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안동과 울주군 산불은 확실한 원인을 아직 알 수 없지만 주변 정황상 인근 주민들의 소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발생한 울산지역 산불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입산자 실화나 산 인접지역 소각으로 일어났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종종 자연발화로 산불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국내 산불은 대부분 사람들의 가벼운 실수로 발생한다.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난이 아니라 사람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회재난이라는 것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이번 안동지역 산불처럼 수천 명의 공무원과 소방대원, 경찰, 지역주민 등이 동원된다. 신속한 진화를 위해 헬기와 산불진화차량, 소방차 등 수많은 인력과 장비도 동원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뿐만 아니다. 산불 복구 작업에는 많은 비용과 노동력, 시간을 동반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지역이 원래대로 복원되려면 숲의 골격을 갖추는 데는 30년 이상, 야생동물과 미생물 등 먹이사슬의 체계가 확립되고 토양 등 생태계 전체를 회복하는 데는 무려 100년 이상 긴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마저도 겨우 외관상으로나마 예전과 비슷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우리 구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다른 어떤 것보다 소각행위나 등산객 실화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 54명의 산불감시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산과 인접한 경작지와 마을 곳곳을 다니며 불법 소각행위를 단속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산불예방 홍보활동을 한다, 또한 담뱃불이나 취사 등 등산객 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화동못, 편백산림욕장, 송정박상진호수공원과 같은 주요 등산로 입구에서 매달 산불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만약의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초동진화가 가능하도록 정기적으로 모의 산불진화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불로부터 건강한 산림환경을 만들고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선제적인 사업들도 추진한다. 매년 1천ha 이상의 산림에 대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포함한 숲가꾸기 작업을 통해 숲의 밀도를 줄여 산불에 강하고 건강한 산림을 만들고 있으며 요양원, 복지시설, 사찰 등 산림 근처에 있는 주요 시설 주변의 나무를 제거해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가을부터 현재까지 북구 지역에서는 산불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이나 공원 등지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5일까지가 산불조심기간이다. 관행적인 소각행위자는 반드시 검거해 인위적인 산불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남은 기간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 각자가 산불을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므로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한 번 더 당부 드린다. 등산 시에는 입산이 가능한 곳인지 꼭 확인하고, 야영과 취사도 지정된 장소에서 해야 한다. 야영과 취사 시 소화장비를 구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산행 후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가 자연발화해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쓰레기는 꼭 되가져와야 한다.

봄꽃이 피고 지는 산야와 연둣빛으로 물드는 산을 보기만 했던 ‘집콕’ 생활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답답한 일상에서 숲의 향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그윽한 숲 속 향기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산불 예방에 모두가 더 신경 쓸 때다.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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