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권하고싶은 일, 삼가야할 일
어버이날에 권하고싶은 일, 삼가야할 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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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유난히 행사가 많은 달의 하나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이 지나면 스승의 날(15일)이 또 기다린다. 스승의 날을 제외한 나머지 세 기념일은 ‘가정’과 유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이날이 그러했듯, 올해는 여느 해와는 달리 이런 기념일의 풍속도가 몰라보게 달라진 점도 공통점의 하나이지 싶다. 코로나19의 내습이 모양새를 송두리째 헝클어 놓은 것이다.

5월 8일은 ‘어머니날’에 아버지의 의미도 곁들여 이름을 바꾼 ‘어버이날’이다. 예년 같으면 연로한 부모의 보호를 의뢰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자녀들의 방문으로 분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로 그런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강도가 누그러졌다고는 해도 요양병원·시설은 여전히 ‘고위험군 밀집지역’(고위험시설)으로 남아있어 방역당국도 ‘어버이날 부모 면회 금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6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이행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위험을 가진 공간이라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부모를 맡긴 자녀들로서는 방역당국의 이 같은 지침이나 발언이 매정하게 들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냉정한 이성으로 돌아가 부모 공경의 심적 충동을 스스로 억제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지금 같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는 ‘비정상’이 도리어 ‘정상’으로 인정받는 시점이자 효(孝)에 대한 인식도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리할 수 있는 융통성이 더 큰 지혜가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황금연휴를 무사히 넘기고 난 뒤 송철호 울산시장이 시민들에게 한 말을 음미할 필요를 느낀다. 6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캠페인 릴레이’에 참여한 송 시장은, 4월 30일~5월 5일의 황금연휴 기간 동안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코로나19 확진자는 한사람도 없었다며 그 공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또 울산 지역사회에서는 3월 15일부터 감염된 확진자가 52일째 한 명도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부심을 느낄 만한 지역사회의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만은 삼가자는 당부를 건네고 싶다.

그 대신 다른 묘안을 같이 궁리해 보기를 권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졸업식 취소, 입학식 연기 등으로 최악의 궁지에 내몰린 화훼농가와 꽃가게 종사자들의 시름도 덜어줄 겸 카네이션을 중심으로 한 꽃송이나 꽃다발, 화분을 택배로 보내는 배려지심은 어떻겠는가. 물론 피보호자나 환자의 건강에 해롭지 않겠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겠지만.

꽃송이나 꽃다발이나 화분을 일반가정에 사시는 부모에게 선물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어버이날에 부모에게 효도의 도리를 다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도 같이 돌보는 어버이날 신(新) 풍속도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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