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현장에서] 안전한 여름, 잘 대비하고 계십니까?
[사업현장에서] 안전한 여름, 잘 대비하고 계십니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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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한 학교에 현장 실사를 다녀왔다. 학교 야외주차장에서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와 울산시교육청 담당주무관도 동행했다. 이날은 오랜만에 봄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지만, 주차장 바닥에 빗물이 얼마나 고이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태는 예상한 것보다 그리 좋지는 못했다. 학교를 지은 지 10여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배수상태는 비교적 불량한 편이었다. 이 정도라면 교직원이 비가 올 때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릴 때 신발에 빗물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공팀 직원과 함께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이곳에는 야외주차장이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다행히도 배수구는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왜 배수가 잘 되지 않는 것일까. 이럴 때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다. 먼저, 낙엽이나 오물 같은 것으로 배수구가 막히지는 않았는지 의심해 보는 방법이 있다. 확인해 보았더니 배수구 주변의 상태는 양호했고 내부에는 오수가 잘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구배’라고도 하는 지면의 기울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작업은 비가 내릴 때 해도 되지만, 어떤 때는 맑은 날씨에 해도 확인이 가능하다. 평소에 물이 고인 곳은 바닥에 얼룩이 흔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검은 아스팔트 바닥이라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아니나 다를까, 빗물이 고인 곳에서 배수구까지의 기울기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특히, 몇 군데는 바닥이 가라앉아 설령 기울기가 괜찮았다고 해도 별 도리가 없어 보였다. 며칠 뒤, 날씨가 맑을 때 이곳을 다시 찾았다. 원인은 더욱 분명해졌다. 침수되었던 곳의 보도블럭에 얼룩이 나 있었고 바닥도 지면수평보다 더 들어가 있었다. 어떤 곳은 토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처방을 내릴 수 있지만, 상습침수구역의 빗물을 흘려보내는 우수구를 인위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곳은 차량의 진·출입이 잦기 때문에 우수구는 콘크리트 재질의 것을 선택했다. 그래도 아직은 여름 장마철이 닥치기 전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주군은 도심과는 달리 지역에 따라 가끔 지형성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여름나기 준비는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비단 배수 문제뿐만이 아니다. 강풍에 대비하려면 취약한 부분을 미리 단단하게 결박하고 고정시켜 두어야 한다. 예년 같으면 안전진단이 2월에서 4월 사이에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안전을 위한 활동과 행사들이 많이 위축되고 있어서 걱정이다. 재난재해와 안전사고가 우리의 상황을 배려하면서 찾아오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름철 안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취약점이나 위해요소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서 미리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년 국가안전대진단 때, 시민들에게 일반·공동주택·다중이용시설 등 유형별로 자율점검표를 나누어주면서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에 대한 홍보활동도 같이 했던 것은 꽤나 돋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민들이 손쉽게 안전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안전신문고 앱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남구의 한 지역을 지나다가 다소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있어서 직접 이 앱을 사용해 보았다. 이곳은 건축물을 보수·보강하기 위해 설치해둔 비계가 인도를 침범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의 산책로와 연결되는 구간이어서 다소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현장 사진을 찍어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청 담당자는 다음날 민원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안전하게 뒷마무리를 잘해주어서 고마웠다.

때마침 울산시에서는 ‘안전 한바퀴(=안전 타운워칭)’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과 시민단체가 주체가 되어 생활 주변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중이다. 하지만 안전문제를 지자체와 공무원들에게만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모두를 즉시 식별해내기는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안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권리가 실질적으로 존중을 받으려면 의무감과 노력이 동시에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저마다 명심했으면 한다.

김정숙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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