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백년, 희망을 짓다”
“새로운 백년, 희망을 짓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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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유세가 한창이던 4월 11일 뉴스에 귀 기울여 들은 게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과 임시정부기념관 기공식을 가졌다는 내용 때문이다. 101년 전 그날, 임시정부가 수립되었기에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대문독립공원에서 기념식을 가졌고, 이어서 임시정부기념관 현장으로 가서 기공식을 가진 것이다. 대통령이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이 기념관이 들어서면 서대문형무소와 더불어 서대문독립공원이 완성될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다 이 소식을 반겨야함이 마땅하다. 더욱 반겨야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위상 때문이다. 3·1만세의거의 영향을 받아 1919년 4월 11일에 ‘상해임시정부’가 설립되었다. 이에 앞서 연해주에서 무오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문창범을 중심이 되어 1919년 3월에 설립한 ‘대한국민의회’가 첫 임시정부였다. 또 같은 해 4월 23일에 경성에서 선포된 ‘한성정부’도 있었다. 그 후 동년 9월 11일에 ‘상해임시정부, 한성정부, 대한국민의회’를 통합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를 완성하게 되었다.

1919년 4월 11일에 출범한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존속했다. 임시정부는 몇 차례의 제도 변천으로 대통령, 국무령, 주석이 수반이었는데, 이승만, 박은식, 이동녕, 이상룡, 양기탁, 안창호, 홍진, 김구 등 8분이다. 이 중에서 임시정부 출범과 함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전 기간에 걸쳐 재임한 분은 해방 전후 주석을 맡았던 백범 김구(1876-1949)가 유일하다. 약 30년 동안 여러 직위를 맡으면서 임시정부를 지켰고, 9년여 동안은 임시정부 수반이었다. 그래서 임시정부는 이동녕과 더불어 김구를 빼고 논할 수가 없다.

수 많은 선열들에 의해 임시정부가 지켜졌다. 한 때는 다양한 주장들로 인해 임시정부가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임시정부는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한국광복군을 창설하고, 1941년에 연합군과 합류, 일본에 선전포고 했지만 광복군이 미처 국내로 들어가기 직전에 일본이 항복했다. 만주에서, 연해주에서, 한반도에서 기라성 같은 독립운동가들도 조국에 헌신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임시정부 요인들이 해방 후 3개월이 지나 개인 자격으로 귀국한 점과 김구 주석의 죽음이다. 그래서 독립지사들 중 죄송함이 가장 간절한 분이 백범 김구이다.

1948년 7월에 소집된 제헌국회는 임시정부가 사용한 ‘대한민국’을 국호로 채택했다. 같은 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임시정부는 긴 유랑의 여정을 마감했다. 같은 날 이승만은 초대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천명하고, 연호를 ‘대한민국 30년’으로 기산하였다. 모든 정부 문서에 1948년을 ‘대한민국 30년’으로 표기한 것이다.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그해 말에 개헌된 9차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런데 난데없는 건국절 논란(2006)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출범 58년이 지난 후 벌어진 이 해묵은 논란은 뉴라이트 인사 이영훈의 건국기념일 주장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에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했고, 박근혜정부도 같은 입장을 이어받아 국정교과서에 이를 수록하였다. 당시 집권당에서는 정부의 주장에 발맞추어 국회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이승만을 국부로 하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주장들을 무위로 돌렸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임시정부 기념식 주제를 “새로운 백년, 희망을 짓다”로 잡았다. 건축물의 작품명이 ‘백년의 기억, 백년의 약속’인데, 아마도 지나온 백년보다 다가올 백년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기념식은 광복군이 국기 게양 시 불렀던 ‘국기가’를 군악대 중창단이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광복군 후손 남녀 청년이 태극기를 게양했으며, 김원웅 광복회장과 임정 후손이 각각 대한민국 임시헌장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낭독하여 민주정신이 헌법에 그대로 살아있고,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가치임을 알렸다.

이어진 대통령 기념사는 새겨들을 만하다.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는 중요한 이유를 ‘임정의 정신을 오늘의 역사로 우리 곁에 두기 위해서’라고 했다. ‘임시정부는 오늘의 우리를 만든 뿌리이고 법통이며, 정신’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임정 선열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기념사를 마친 대통령은 기념관 머릿돌에 새겨질 글을 ‘백년의 기억 위에 새로운 백년의 꿈을 심다’라고 쓴 뒤 서명했다. 내년 하반기에 임시정부기념관이 완공되면 건국절에 관한 소모적 논쟁이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이정호 수필가·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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