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빗나간 처신, 성인지교육 부족 탓?
교사의 빗나간 처신, 성인지교육 부족 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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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할 만하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빗나간 언행이다. 마치 ‘두더지 잡기 놀이’ 속의 장난감두더지라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계 인사, 그것도 울산의 어느 초등학교에 재직하는 A교사가 말썽을 일으켰다. 그를 성토하는 학부모 댓글이 27일까지 800건을 넘어섰다니 학부모들의 울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울산시교육청은 즉시 대응조치를 들고 진화에 나섰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A교사가 학부모들이 가입한 SNS 단체대화방에 새 학기 인사를 올리고 과제를 내주는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부적절한 표현을 함부로 사용했다가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 27일 오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학부모의 항의성 글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만 보아도 사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는다. 자신을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라고 소개한 B씨는 “이상한 점이 많은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A교사가 SNS에 올렸던 캡처사진 여러 장을 같이 게시판에 올렸다.

문제시되는 글은 한둘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보자. ‘저는 눈웃음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미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남들까지…저는 저보다 잘생긴 남자는 쪼매 싫어한다고 전해주세요’, ‘우리 반에 미인이 넘 많아요…남자 친구들 좋겠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 A교사가 반 아이들(학생들)의 사진과 인사 글에 단 댓글이 이 정도라니 이만하면 ‘교육’의 선을 한참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차제에 교육당국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국민신문고에서 상황을 넘겨받은 해당 교육지원청의 반응이다. 앞서, B학부모는 A교사의 글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문제의 내용을 먼저 신고했다. 교육지원청은 “A교사가 ‘자칫 외모지상적, 성적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댓글을 달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표현을 삼가고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답변했다”는 조치결과를 내놓은 모양이다. 부연설명이 따로 없는 것으로 미루어 교육지원청은 A교사의 선의만 믿고 그의 언행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이 그랬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A교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기는커녕 최근 SNS에 주말 효행 숙제로 ‘자기 팬티 빨기’를 내주면서 사진을 찍어 함께 올려달라고 두 번째로 추근거렸다는 말이 들린다. 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 이후의 행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이 손으로 속옷을 세탁하는 자녀의 사진을 올리자 A교사는 ‘공주님 수줍게 클리어’, ‘이쁜 속옷, 부끄부끄’, ‘분홍색 속옷. 이뻐여’ 등의 댓글을 달았다니 어안이 다 벙벙해진다. 해당 교육지원청이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깨우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바깥이 시끄러워지자 이번에는 울산시교육청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언론보도가 ‘울산 모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속옷빨래 숙제를 낸 뒤 부적절한 표현을 한 내용’을 다루었다며 ‘조치사항’을 내놓았다. 즉 △27일 오전 인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 후 해당 교사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교육청 특별조사단에게 조사를 맡기는 동시에 경찰청에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해당 교사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교사 대상 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예방교육’이란 교직원 성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방식을 재검토하고, 해당학교의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인지감수성 특별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교육계,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 초등교육계에서 어쩌다 낯 들기도 부끄러운 이런 일까지 벌어지게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치계의 성추문에 영향을 받아서인가, 아니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긴장의 끈이 풀어져서 그런가. 둘 다 아니라고 본다. 기본이 돼 있지 못한 교사가 교단에 오른 것부터가 잘못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들리는 바로는, 교단에 몸담은 지 8년차에 접어든다는 A교사의 몹쓸 짓거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작년에도 ‘섹시한 속옷빨래’ 따위의 언동을 하다가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니 어찌 보면 상습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시교육청은 교직원 예방교육에 앞서 철저한 진상조사부터 먼저 하기를 바란다. 만약 학교 지도부나 교육지원청에서 입 막기에 급급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들의 책임도 같이 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재발방지대책에 약효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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