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과 실업률 발표의 절묘한 시간차
추경과 실업률 발표의 절묘한 시간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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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통계청에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신규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속에서 지난달에는 10만개나 줄었고, 특히 이번 달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이 대거 쏟아지기(?) 때문에 얼마나 더 심각한 통계가 나올까 관심이 주목된 상황이었다.

당연히 10만개 보다 더 나쁜 통계가 나올 것이고, 심지어는 20만개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은 14만 2천개가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3개월 동안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5년 만에 최악의 수치였다.

더군다나 실업률(4.1%)은 2005년 3월 이후 47개월 만에, 청년실업률(8.7%)은 2006년 3월 이후 35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나, 울산은 실업률이 5.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숫자로 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취업과 고용구멍이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잘 반영하듯,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 비경제활동인구, 구직 단념자 등 모든 수치가 마찬가지로 최악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일자리 대책(청년인턴,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들이 지금의 고용위기를 극복할 만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여론을 무마하려는 듯, 고용동향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정부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발표되었다. 이번 추경은 마치 일자리에 전념했다는 듯, 포장이 된 채 말이다.

실제로, 대통령이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라고 발언을 한 것과 보조를 맞춰 발표된 이번 추경으로, 바로 전날 발표된 최악의 고용통계 수치는 자연스레 묻힌 채, 언론에서는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인 양 온통 ‘일자리 창출에 4조 9천억원, 일자리 55만개’ 라는 글귀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추경에 반영된 일자리 대책은, 6~10개월 짜리 임시직을 늘리거나 한시적인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으로 채워져 있고, 전에 발표했던 대책들도 포함되어 있어 ‘재탕, 삼탕’인 것에 불과할 뿐인데도 말이다.

‘청년인턴’에 대한 한계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지적되었고, 현재 ‘청년인턴’이나 ‘행정인턴’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이 ‘단순 반복 업무를 한다’ 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초·중·고교 ‘학습보조 인턴교사’(2만 5천명)를 또 다시 채용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줄도산에 가장 먼저 노출되어 있는 상황인데, 그런 중소기업에서 ‘인턴’ 채용시 임금의 최대 70%까지 지원한다고도 한다.

이렇게 단기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청년인턴’ 뿐 아니라, 55만개라는 일자리에는 지난 12일 발표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의 공공근로 일자리 40만개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고용개발촉진 지역에서 신규 고용 창출 시 1년간 임금 50%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는 1년이 지난 이후에도 지원한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한시적인 방안일 뿐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번 추경에 반영된 일자리 대책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일자리 대책들을 내놓고 마치 청년실업이 해결될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된다.

더불어, ‘지금은 일자리의 질과 양을 따질 때가 아니다’ 라고 하면서, 임금도 낮고, 기업이 해고하기도 쉬운,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정부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의 ‘질’ 전체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김동현 울산청년실업극복센터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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