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은 ‘조류생태원’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조류생태원’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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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국가정원을 ‘습지조류생태원’라고 불러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필자는 2020년 1분기(1월 1일~3월 31일)의 조류 현황을 태화강국가정원 내 중구지역 생태습지 및 샛강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매일 오전, 91일간 조사한 결과 총 10목 19과 26종 1만195마리가 관찰됐다. 이들 조류는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를 비롯해 논병아리, 붉은부리갈매기, 알락오리, 쇠오리, 까만머리딱새, 꿩 등 모두 26종이었다.

태화강국가정원 내 생태습지와 샛강 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에서 좀처럼 관찰되지 않던 까만머리딱새와 밀화부리가 꾸준히 관찰됐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쇠물닭, 논병아리, 붉은부리갈매기, 꿩 등 21종은 매일 관찰됐다. 10목은 논병아리목, 도요목, 황새목, 두루미목 등이었고 19과는 논병아리과, 뜸부기과, 오리과, 꿩과 등이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태화강국가정원이 조류생태학습원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인식과 실천의 변화가 함께할 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변화에는 큰 틀과 작은 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큰부리까마귀가 동물사체 대신 주기적으로 던져주는 치킨 찌꺼기를 물어 땅에 묻어 숨겨두는 행동은 작은 틀의 변화이지만, 도구를 이용해 단단한 조개껍데기를 깨서 먹는 것은 큰 틀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태화강국가정원 관리도 큰 틀과 작은 틀의 선택적 효율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반복침수 해결 나선다’라는 제목의 4월 6일자 한 지역신문 기사다. “우리나라 국가정원 2호인 태화강국가정원의 반복적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시가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 기사에는 국가정원 관리방안 연구용역, 수변생태정원 개념 최초 도입, 대곡·사연·대암댐 유량 조절, 구간별 침수발생 케이스 분석, 풍수해 극복 제 기능 발휘 노력이란 주장들이 같이 담겼다.

내친김에 태풍에 의한 태화강의 범람과 침수 사례를 살펴봤다. 2000년 이후 2003년 매미, 2012년 산바, 2016년 차바, 2019년 미탁 등으로 인해 태화강의 범람과 침수가 반복됐다. 앞의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이 과연 이번 용역으로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태화강의 범람과 침수는 태풍에 의한 자연현상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여름철 홍수가 닥치면 침수 현상이 반복된다. 이는 자연현상이어서 태화강국가정원 관리단으로서는 고민거리이자 스트레스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태화강이 범람과 침수를 되풀이한 것은 정주민이 태화강변을 경작지로 이용할 때부터였다. 1926년 6월 7일자 조선일보 기사는 “소량의 강우라도 홍수가 범람하야 년년 농작물의 피해가 다대하며 일반 농가의 궁인은 실로 수해에 기인되었다 하야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에도 지역민이 태화강변에서 농작물을 재배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의 범람으로 농민들은 고민이 늘어나고 걱정이 쌓여갔다. 그 무렵 울산수리조합 인가가 났고 총독부 허가로 1928년∼1932년 5년에 걸쳐 태화강 제방공사가 이루어졌다. 현재도 간혹 사용되는 ‘대보 둑’이 이때 만들어진 것. 그러나 태화강은 홍수 때마다 제 땅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제방 너머에 지어진 주택과 공장 등의 재산 손실과 인명 피해는 늘 걱정거리였다.

올여름도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태화강국가정원 관리의 큰 틀을 제안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째, ‘태화강국가정원’은 ‘태화강국가습지정원’임을 먼저 알아야 한다. 태풍에 의한 태화강의 범람과 침수가 자연현상임을 인식하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일이다. 태화강~샛강 사이에 물길을 튼다면 홍수 때는 수량이 조절되고, 평소에는 유통(流通)으로 샛강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오니 생성 억제, 어류 다양성 확보, 용존산소량 증가, 수초류 번식, 수조류 종 다양성 및 개체수 증가, 샛강 자가정화력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오산 못에 쌓이는 오니, 코를 찌르는 악취, 붉게 썩은 샛강물 등 매년 부딪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둘째, 샛강 좌우의 넓은 수변을 활용해야 한다. 샛강 좌우의 넓은 수변에 약 30㎝의 얕은 저수위 다랑이습지, 작은 연못 등을 조성하면 범람·침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수위 습지에서는 쇠물닭이 번식을 하고, 사계절 안정된 서식환경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울산이 전국을 넘어 세계에도 알려지게 될 것이다.

셋째, 태화강국가정원 관리는 큰 틀에서 태화강 전체의 빅 데이터(big data), 국가정원의 로 데이터(raw data)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 없는 관리는 나무나 심고 돌이나 옮기는 작은 틀의 작업일 뿐이다. 데이터는 독창적 디자인을 만든다. 이때 디자인은 답습하는 세습무적 접근이 아니라 강신무적 창조여야 한다. 확장시켜야할 좁은 생태습지에 다리를 놓고, 데크를 설치하는 작업은 작은 틀, 근시안적 작업일 뿐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 박사·철새홍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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