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용어
종교계의 용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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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가끔 멈칫거려지는 일이 있다. 종교계 관련 용어를 구사할 때가 특히 그렇다. ‘태어남’에 관한 용어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죽음’에 관한 용어는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태어남’에 관한 용어라면 탄생(誕生), 생탄(生誕), 탄신(誕辰) 정도면 족하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용어는 꽤나 복잡한 느낌이다. 그것도 종교마다 구분해서 써야 할 때가 많다.

개신교에서는 교인이 사망하면 하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간다는 뜻으로 ‘소천(召天)’이란 용어를 쓰고, 천주교(가톨릭)에서는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의 죽음이란 뜻으로 ‘선종(善終)’이란 용어를 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수도승의 죽음’을 뜻하는 용어지만 열반(涅槃), 입열반(入涅槃), 원적(圓寂), 입적(入寂), 입정(入定), 멸도(滅度), 적멸(寂滅=번뇌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난 높은 경지)에 이르기까지 무수하다. ‘열반’이란 용어의 쓰임새는 “큰스님께서 어제저녁 열반에 드셨습니다.”라는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드문 사례이겠지만, 종교계 용어 문제로 신경전이 벌어질 때도 있다. 지난 3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이 서울시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서울시가 신천지의 별도법인 명칭인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선교회’의 법인 설립허가 취소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신천지의 ‘전도(傳道)’나 ‘선교(宣敎)’를 ‘포교(布敎)’라고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민원을 냈다. 한동안 고심한 탓이었을까 서울시의 반응은 25일 후인 4월 20일에야 나왔다. 여하간 서울시는 회신에서 “앞으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전도 활동을 설명하는 용어로 ‘포교’보다는 ‘전도’나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신천지 활동을 두고 ‘전도’란 용어는 7회, ‘선교’는 1회, 포교는 4회 사용한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하고 평소 친분이 있는 개신교 목회자 한 분에게 종교계 용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고, 즉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선교, 전도, 포교에 대한 설명은 이러했다. “교회에서는 ‘전도’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가까운 데 있는 사람에게 복음 전하는 것을 ‘전도’라 하고, 타 문화권에 가서 복음 전하는 것을 ‘선교’라고 한다. ‘포교’라는 말은 불교나 기타 종교에서 교인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것을 일컬어 사용하는 말이다.” 신자(信者), 신도(信徒), 성도(聖徒)란 용어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같은 의미로 혼용하고 있지만 종교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신자’라는 말은 기독교나 다른 종교나 ‘믿는 사람’을 가리키는 공통용어다. ‘신도’라는 말은 기독교 외 타 종교에서 사용하고 ‘성도’라는 말은 기독교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거룩하게 구별된 무리’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새삼 떠오른 문구가 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구약성경 ‘전도서 1장2절’ 말씀이다. 어쩌면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불교철학과 많이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고등종교의 진리는 서로 맞닿은 부분이 많으니까.

그러고 보니 4월 30일은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탄일(釋誕日), 불탄일(佛誕日)을 순우리말로 바꾼 불자들의 지혜가 놀랍다. 성탄절(聖誕節)을 ‘예수님 오신 날’로 바꾸지 않고 있는 기독교 성도들의 일관된 의지 역시 놀랍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국내 종교계가 서로 화합된 모습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섣부른 기대일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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