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거리가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진 데다 날씨도 풀리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감염 우려에 위축된 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서로를 경계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가는 것을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현실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닷새 연속 10명 안팎에 머물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재확산 우려가 상존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그대로다. 특히 이달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내달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천금 같은 연휴가 오히려 민·관의 의기투합으로 어렵사리 일궈낸 방역 성과를 거꾸로 되돌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연휴 기간 김포~제주 간 항공편 예약률이 80%를 웃돌고, 제주의 유명 호텔도 평균 90%대 예약률을 보인다고 한다. 동해안 사정도 비슷해서 강릉, 속초, 삼척, 양양 등지의 리조트와 대형 숙박업소도 연휴 예약이 거의 찼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다시 문을 여는 야외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립 야외시설 중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국립치유원, 치유의 숲 등이 22일부터 운영을 재개하고 개인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도 속속 문을 열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지킬 필요가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쉽게 끝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큼 세밀한 전략으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파력이 강한 데다 경증이나 무증상인 경우도 많아 언제든 다시 대유행이 찾아올 수도 있다. 신규 확진자 수 감소 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꾸준한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일상생활과 방역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는 ‘생활방역’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 기본수칙을 내놨다. 30초 손 씻기, 개인 간 두 팔 간격 유지,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마스크 착용, 공동체 방역지침 마련 등 특별히 새로운 건 없지만, 하나같이 무시해선 안 될 중요한 내용이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안 쓰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일부 약국에는 마스크 재고가 쌓일 정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본격적인 생활방역 시기로 접어들고 날씨까지 더워지면 이런 모습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있을 때 마스크를 벗듯 방역 경계심까지 함께 벗어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