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마을 편지]옹기와 발효식품 문화
[옹기마을 편지]옹기와 발효식품 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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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문화사업의 시대다. 모든 사업이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옹기도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발효식품 문화 사업이다.

옹기를 빼놓고는 발효식품 문화를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음식으로는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류, 막걸리, 식초 등이 있고 이 식재료들은 숨 쉬는 옹기에 담아 발효시켰을 때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한다. 김치는 미국의 건강 전문지 ‘헬스’가 뽑은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이기도 하다.

서로 반대에 끌리는 것이 문화 탄생의 논리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동양은 서양에게, 서양은 동양에게 관심을 갖기 마련이고, 이 관심들이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킨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다. 동양에서는 서양음식의 레시피를 동양인의 식성에 맞게 수정하여 즐긴다. 서양에서도 한식, 중식, 일식 등 동양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서양 식문화를 많이 접하고 있다. 그래도 직장인들은 여전히 점심시간에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발효식품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김치연구소다. 이곳에서는 어떤 균을 어떤 환경조건에서 집중 투입했을 때 김치가 가장 맛있는가, 그 기간은 얼마인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순창에서는 고추장에 대해, 그 밖의 지방에서는 막걸리, 젓갈류, 장류 등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의 발효식품과 비빔밥 문화를 외국으로 가져가서 크게 성공한 업체도 있다. 한국의 비빔밥 문화 즉 큰 양푼이에 각종 채소와 고추장, 된장, 양념장을 올려 쓱쓱 비벼서 숟가락을 하나씩 들고 같이 먹는 모습을 불결하다고 치부하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이 많고 흥이 많은 우리 민족의 특징이다.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에 비빔밥이 탄생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으로 나간 비빔밥은 불고기, 잡채, 식혜, 수정과 등과 함께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대표주자들이다. 물론 비빔밥에 올라가는 고추장, 된장 등은 서양인의 입맛에 맞게 덜 짜고 덜 맵게 조절을 한다.

옹기를 잘 만들고, 디자인을 특색 있게 해서 팔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옹기의 문화콘텐츠를 새로 개발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옹기산업은 미래가 없다.

요즈음 들어 ‘옹기 분양사업’, ‘된장 분양사업’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분양해주는 항아리에 된장을 담아주고 관리까지 해주는 분양사업은 옹기문화사업의 훌륭한 본보기의 하나다. 된장, 간장을 가정에서 담고 관리하기가 번거로운 점에 착안해 장 담그기를 문화사업 영역으로 끌어낸 것이다.

된장 담그기는 염도계를 준비해서 레시피대로 잘 따라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담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 관리가 문제다. 꾸준히 옹기를 닦아주고, 뚜껑을 열어 햇볕도 쪼여주는 과정을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주부들로서는 아파트에서 보관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의 복사열 때문에 수분이 너무 많이 증발하여 장맛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점이다. 현재 장 담그기 분양사업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전국의 장류업체 사업 또는 개인 사업으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전에 경상도 지역에서는 갓 잡은 멸치와 소금을 가지고 다니며 동네마다 돌면서 멸치젓갈을 옹기에 담아주기도 했으나 요즈음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에 기장 바닷가나 소래포구, 강화도, 강진 등지의 바닷가에 가면 그 지역에서 나는 생선들로 즉석에서 젓갈을 담아주기도 하는데 이 또한 새로운 형태의 발효식품 문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옹기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옹기와 발효식품을 연결시켜 주는 문화콘텐츠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미옥 울산옹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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