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전체가 친환경 천연가스발전소로 탈바꿈할 겁니다”
“본부 전체가 친환경 천연가스발전소로 탈바꿈할 겁니다”
  • 김정주
  • 승인 2020.04.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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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직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장
손영직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장.
손영직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장.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의 그리스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그러나 그 슬기가 도리어 인류에게 족쇄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150년 전에 빛을 본 인간 지혜의 산물 플라스틱이 호모 사피엔스를 ‘플라스틱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류’ 즉 ‘호모 플라스티쿠스(Homo plasticus)’로 전락시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필(必)환경’에 초점 맞춘 ‘새활용 캠페인’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한 울산혁신도시 내 한국동서발전(주)(대표자 박일준)이 의미 있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친(親)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이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생활 속 자원순환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지난달 30일 내외에 천명한 것.

동서발전은 캠페인 이름을 ‘새활용, 쓰임의 재발견’이라 지었다. ‘새활용’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ing)을 합친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 표현. 이 취지에 따라 동서발전은 중구 본사(종가로 395)와 남구 울산화력본부(용잠로 623)에 폐플라스틱 수거함 2개씩을 이미 갖추었다. 임직원이나 현장근로자들이 폐플라스틱을 모아 주는 대로 한두 달에 한 번 남짓 사회적기업 이송업체에 넘겨주기 위한 예비작업인 셈. 이렇게 모아진 폐플라스틱은 올 하반기에 ‘필(必)환경’ ‘새활용’의 상징인 고래인형과 에코백, 봉사단 조끼로 거듭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새활용 제품은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복지시설에 기부되어 ‘봉사의 재발견’으로 기록될 예정.

하루 천명 훌쩍 넘는 울산화력 근무자

한 달은 안 됐지만 그동안 어느 정도 모았을까? 궁금증도 풀 겸 지난 17일(금) 오후 울산화력본부를 빗길을 헤치며 찾아갔다. 본사가 아닌 본부를 택한 것은 마침 ‘계획예방정비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근무인원이 하루 천 명을 거뜬히 넘어서기 때문.

본관 1층 현관 옆에 놓인 작은 냉장고 크기의 수거함 겉면에 적힌 구호들이 눈길을 끌었다. ‘플라스틱만 넣어주세요.’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고래인형의 솜, 에코백, 봉사단 조끼로!’

집무실에서 현황 설명을 마치고 입구로 나온 손영직 본부장(58)이 입을 열었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커피용기 외에 손소독제·세정제를 담았던 플라스틱용기도 페트병과 함께 개수를 늘리고 있지요. 작업 현장에도 하나가 더 있는데 부피로 한 5t은 될 겁니다. 하지만 기대치는 한 달이 좀 넘어야 안 채워지겠습니까.”

울산화력본부의 근무인원은 상주협력사 직원 340여명을 합쳐 평소에도 800명 수준. 더욱이 요즘이 ‘계획예방정비공사’ 기간이다 보니 근무인원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손 본부장의 말이다. “정비공사 인력이 하루에 적게는 300명, 많게는 1천명에 가깝지요.” 문득 울산화력본부가 일자리 창출에 효자노릇을 하는 ‘대형 인력곳간’이란 느낌이 들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공사현장의 코로나19 방역상태를 둘러보고 있는 박일준 사장(왼쪽 두번째)과 울산화력본부 임직원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공사현장의 코로나19 방역상태를 둘러보고 있는 박일준 사장(왼쪽 두번째)과 울산화력본부 임직원들.

 

코로나 차단에 남다른 관심, 박일준 사장

그런데 새로운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코로나19의 내습 때문이다. 감염 위험을 원천봉쇄하는 일이 다급해졌다. “다른 때 같으면 ‘안전’에만 신경 써도 됐는데 지금은 ‘보건’(방역)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것이 ‘전담 보건관리자’ 채용이다. 그분들에겐 뜻밖의 일자리일 수도 있다.

‘물샐 틈 없는 선제방역’만이 이 미증유의 난국을…’ 그런 생각이 언뜻 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공사 시작 전 ‘건강 문진표’로 전체 근로자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체온측정을 하루 3차례(공사 전-도중-후)나 하는 것도, 현장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식사할 임시천막 10동을 운동장에 따로 설치한 것도 모두 ‘선제방역’에 초점을 맞춘 것.

코로나19에 대비하는 일로 손영직 본부장 못지않게 바쁜 이가 있다.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이다. “새활용 캠페인도, 코로나19 선제방역도 다 사장님 결재사인 덕분이지요.” 손 본부장의 귀띔. 사실 박 사장은 지난 9일 울산화력본부 계획예방정비공사 현장을 일일이 둘러보며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살폈다.

눈여겨본 것은 △작업조의 분산운영 여부 △코로나 다발지역 출입 근로자의 작업구역 격리 여부 △체온측정 열화상카메라 활용 여부 △작업 전·중·후 3회 체온측정 여부였다. ‘물샐 틈 없는 점검’이 이뤄진 것이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공사현장의 코로나19 방역상태를 둘러보고 있는 박일준 사장(왼쪽 두번째)과 울산화력본부 임직원들.
울산화력본부 임직원들이 ‘탄소상쇄숲’을 가꾸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다양한 사회공헌… 복지부장관상 영예

물론 본사 방침을 따른 것이겠지만, 손영직 본부장은 모든 구상의 중심에 ‘친(親)환경’ 석 자를 두려고 애쓴다. 사랑의 햇빛에너지 보급사업도, 탄소상쇄숲 조성사업도, 태화강·동해안 해양환경 정화활동도 그 중심에는 언제나 ‘친(親)환경’이 있었다. 2017년부터 지역 기업과 손잡고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역에 편백나무 1만 그루를 심고 가꾸어 지역 곳곳에 ‘탄소상쇄숲’을 꾸며 약 1천300t의 이산화탄소(CO2) 상쇄효과를 거둔 일도 큰 성과의 하나.

특히 눈여겨볼 것은 울산화력본부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 활동에는 차례가 돌아온 임직원 모두가 ‘원 팀’을 이뤄 앞장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2019년 한 해에만 25가지 사회공헌 활동에 5억6천500만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9개 초·중학교와 3개 어린이집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주었고(4월, 1억4천200만원), 취약계층 중·고생 271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10월, 1억6천300만원),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는 50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 2호점(‘시네마 in 선암’)을 차려주기도 했다(11월, 3천만원).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역시 지난해에 추진한 ‘울산화력 키다리 프로젝트’. 지역 소외계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으로, 이 프로젝트에만 2억3천300만원을 흔쾌히 투자했다. 예술특기생,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장애청소년이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숲을 가꾸면 메아리는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 이러저런 사업에 힘입어 울산화력본부는 지난해 12월 3일 ‘지역사회공헌 인정의 날’을 맞아 ‘사회공헌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껴안기도 했다.

남구 야음시장에서 발전소주변지역 사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울산화력본부 봉사팀.
남구 야음시장에서 발전소주변지역 사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울산화력본부 봉사팀.

 

천주교 집안, 안철수 대표와는 고교동기

정년을 2년 남짓 앞둔 손 본부장의 최대의 관심사는 18만 평의 본부 전역을 ‘친환경 천연가스 발전소’로 탈바꿈시키는 일.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38억원을 들여 ‘기력 1~3호기 철거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도 그러한 중·장기 사업의 일환이었다.

때 아닌 봄비로 희뿌옇게 보이는 대형 굴뚝(연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손 본부장이 과거를 회상하듯 말문을 열었다. “작년에 철거를 마친 연돌 3기는 71년도에 설치했으니 우리 나이로 50은 됐을 겁니다. 저 앞에 보이는 3기도 연차적으로 하나하나 철거할 거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엔 여기 전제가 친환경에너지인 LNG 발전단지로 변모할 겁니다.” 현재는 기력발전(汽力發電), 수소연료전지발전, 태양광발전이 혼재하고 있다.

고향은 밀양시 교동. 중3 학생 때 부산으로 유학을 갔다. 동갑내기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부산고등학교 33회 동기. 부산대 기계공학과와 부산대대학원 기계공학과·정밀기계공학과를 차례로 졸업했다. 1990년 1월 한국전력에 입사했으니 ‘전기밥’을 30년 넘게 먹은 셈이다. “울산에서 벌써 네 번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과장-부장-처장을 거쳐 지금은 본부장을 맡고 있고.”

박은경 여사(55)와의 사이에 출가한 1남 1녀를 두었다. 결혼할 무렵 천주교에 입문, 천주교 두왕 베드로성당에서 ‘프란치스코 사베리오’란 영세명을 받았다. 모태신앙을 지닌 부인 손 여사(영세명 ‘베르타’)의 손에 이끌려 혼배성사는 부산 전포성당에서 치렀다. “지금 천주교 부산교구장을 맡고 계신 손삼석 신부님(현직 주교)이 주례를 서 주셨지요.” 취미는 골프.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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