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간 특별기고] 어려울 때일수록 약자를 우선하는 사회
[장애인주간 특별기고] 어려울 때일수록 약자를 우선하는 사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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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쉬 진정될 것 같지 않다. 많은 국가가 국경을 폐쇄하고 자국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어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IMF는 대부분의 국가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도-1.2%로 전망하는 등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경제가 함께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운수업, 영화·공연 등 문화산업, 관광업, 숙박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좀체 앞날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끝나도 다시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떤 이는 지금부터가 고통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 3월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9만5천명이 감소했다. 또한 구직활동 없이 ‘그냥 쉬었다’는 응답자가 237만 명으로 역대 최대라고 한다.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통상 은퇴, 전직 등의 이유로 아직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그냥 쉬었다’는 응답이 20대와 40대에서 늘어나 고용시장의 어려움으로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어 고용시장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오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고통을 겪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같지 않다. 가장 먼저 고통을 접하고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오래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다. 고통은 늘 장애인, 고령자,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다. 위기상황에서는 나의 어려움에 가려 이들의 고통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도움의 손길도 줄어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 왔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이라 생각해 왔던 이웃나라에서 마스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진은 자신의 마스크를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던 우리 시민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착한 임대 운동, 영세상인과 농가를 돕기 위한 착한 소비 운동, 화훼농가 살리기 릴레이 캠페인 등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따듯한 시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장애인 고용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체들은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장애인의 일터를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 지키기’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공단은 장애인생산품 판매 지원을 위한 착한 소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돌아보면 올해는 장애인 고용이 시작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30년 전 목표로 했던 장애인 고용률 2%는 일찌감치 달성했고,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률 2.92%라는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수진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국회 출입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들만 보아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이런 유·무형의 성과들이 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진국은 결코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약자를 우선하고 배려하는 사회,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를 가진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의 사회, 더불어 살아가는 따듯한 선진국 대한민국을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유쾌한 상상을 해 본다.

우동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울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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