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년전 자격루 미지의 제작자 4명 찾았다
484년전 자격루 미지의 제작자 4명 찾았다
  • 김보은
  • 승인 2020.04.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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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처리 통해 마모된 글자 밝혀… 제작기법도 확인
보존처리 된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된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 항아리에 이름이 새겨진 제작자 12명 중 확인되지 않았던 4명의 정체가 보존처리를 통해 드러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1년 7개월에 걸친 ‘자격루’ 보존처리로 새롭게 확인한 사실을 22일 공개했다.

자격루는 물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양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로 조선시대 국가 표준 시계 역할을 했다. 지금은 조선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된다.

세종 16년(1434) 임금 지시로 장영실이 정해진 시간에 종·징·북이 저절로 울리는 물시계를 제작했으나 없어졌고 중종 대에 다시 만든 시계 중 쇠구슬이 굴러 조화를 이루던 부분은 사라지고 물통들만 현존한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표면에 있는 오염물을 제거하고 재질을 강화하는 보존처리를 진행해 물을 받는 길쭉한 원통형 항아리인 수수호(受水壺) 왼쪽 상단에 양각으로 새긴 제작자 명문(銘文·금석에 새긴 글자) 중 마모돼 읽지 못한 글자를 판독했다. 이를 통해 센터는 이공장(李公檣), 안현(安玹), 김수성(金遂性), 채무적(蔡無敵) 4명이 자격루 제작에 참여했음을 알아냈다.

센터는 자격루 제작 당시 이공장은 사복시정, 안현은 사헌부 집의, 김수성은 사헌부 장령, 채무적은 장악원 주부였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 등에는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수호 표면에 새긴 승천하는 용과 구름 문양을 분석해 제작 기법도 확인했다. 일단 항아리를 만든 뒤 정교하게 조각한 용과 구름을 차례로 덧붙였고, 밀랍 주조 기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차원 스캔과 실리콘 복제 방법으로 왼쪽 수수호와 오른쪽 수수호 용 문양을 각각 평면에 펼쳐 얼굴과 수염이 다소 다르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보존처리를 마친 자격루는 조선 왕실 유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될 예정이다. 이 박물관에는 2007년 복원한 자격루도 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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