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기강해이·인권침해 모두 경계해야
군(軍) 기강해이·인권침해 모두 경계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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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기강을 어지럽히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사건이 꼬리를 물어 우려를 키운다. 부하들이 상관을 성추행하고, 폭행하는가 하면 고위장교가 사적인 일에 장병들을 불러 일꾼처럼 부리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에는 병사부터 부사관, 장성까지 계급을 안 따지고 연루돼 있다. ‘군의 총체적 기강해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군의 보호 아래 마음 편히 일상생활을 누려야할 국민이 오히려 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기가 찬다.

육군에 따르면 군 검찰은 A상병을 상관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A상병은 지난 1일 경기도 모 부대에서 중대장 B대위를 야전삽으로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A상병은 며칠째 이어진 사격장 내 수풀 제거 등의 작업이 힘들다며 B대위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과정에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계급을 떠나 누구에게라도 위력을 행사하는 짓은 용납할 수 없다. 야전삽 폭행은 더더욱 위험천만한 짓이다.

육군 현역장성의 관사에서 닭장 만드는 일에 병사들을 동원했다는 민원은 또 무엇인가. 전 부대 C장성의 관사에서 닭장 짓는 일에 병사 3명이 불려가 볏짚을 날랐다는 내용이다. A장성은 관사에 지네가 많으면 닭을 키우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닭장을 만들었다지만, 사실이라면 ‘구시대적 갑질’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일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기 때문이다. 또 육군 부사관 4명이 위관급 장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들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새벽에 독신장교 숙소를 찾아간 것부터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에서 성 착취물 장사를 한 조주빈의 공범이 현역 육군일병이라는 사실도 큰 충격이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전군에 보낸 지휘서신을 통해 “법과 규정에 따른 지휘권 행사 보장과 인권이 존중받는 병영문화 혁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엄격한 조치’를 약속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고 당연한 조처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국토방위의 최일선에서 유사시를 대비하는 군에서 기강은 조직을 지탱하는 버팀목 같은 존재다. ‘얼차려’와 같은 혹독하고 경직된 군사문화는 경계해야겠지만, 합리적이고 절제된 기본질서체계는 필요하다. 정 장관은 일련의 사건을 두고 ‘일부의 일탈행위’라 했지만 군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군화 끈을 바짝 졸라매야 한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복무기간 단축, 스마트폰 허용, 자유시간 확대와 같이 인권을 보장하고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하기 위해 추진해 온 우리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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