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자연환경과의 공존
코로나-19 이후…자연환경과의 공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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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Earth)’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Planet Earth, 2006)’를 극장판으로 재편집하여 2008년 9월에 개봉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장동건씨가 내레이션을 맡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영화다. 영화는 북극에서 출발하여 남극까지 여행을 하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과정,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아낸다. 컴퓨터그래픽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놀랍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쉼 없이 펼쳐진다.

코로나-19 때문에 누리지는 못했지만 어느덧 봄은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슬픔과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적 대유행이 되어버린 코로나-19는 많은 국가들의 시스템을 마비시켰고, 많은 국가와 도시들에 봉쇄령이 내려짐에 따라 사람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언급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오염되었던 환경이 되살아나는 ‘코로나-19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CNN은 NASA 위성관측 결과를 인용해 중국의 봉쇄조치로 이산화질소(NO2) 농도가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우주국(ESA)의 위성관측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로 NO2 농도가 급감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서유럽 대부분 국가의 NO2 농도 역시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초미세먼지 오염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중국과 인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조치 이후 그 농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중국 전체지역의 초미세먼지는 평균농도가 18.9㎍/㎥나 감소했고, 인도 북부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230㎞ 밖에서도 히말라야 산맥 전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보고와 보도가 잇따랐다.

개선된 대기환경은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다. 한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세먼지 배출 감소가 중국에서 두 달 동안 약 4천명의 어린이와 7만 3천명의 노인의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줄어들었다. 그 외에 운하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낭만도시 베네치아에 있는 운하의 수질은 곤돌라가 다니지 않자 오염물질이 침전되면서 맑아지고 물고기도 돌아왔다. 인도 동부의 한 해변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올리브바다거북이 수천 마리가 찾아와 알을 낳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사람들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연환경이 회복되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살아있는 지구’에서는 너무도 놀랍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나타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행성 지구는 너무나 아름답고 조화로운 행성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등장하지 않는 생명체와 공간이 있다. 바로 ‘인간’과 ‘도시’다. 지구에 인간이 출현한 이후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농경지와 산업단지가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도시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으로 서식지가 파괴되었으며, 지구의 여러 물리·화학적 시스템이 변하면서 생물다양성이 무너지고,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단점들이 겉으로 드러났고, 기존의 경제체계에 많은 상처가 있는 만큼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구의 날’ 4월 22일을 맞이하면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근대 과학혁명 이후 자연을 인간과 연결된 유기체에서 제어·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다. 이제는 그러한 인식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해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멸종의 시대’에서는 인간 역시 안전할 수 없기에….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연구위원,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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