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날’에 들려온 활동가들의 목소리
‘장애인의날’에 들려온 활동가들의 목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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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40번째 ‘장애인의 날’이었다. 이날부터 일주일간은 ‘장애인 주간’이 펼쳐진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장애인의 날’이란 말이 못마땅해 귀를 막기도 한다. 명칭이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 명칭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의 외침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 차별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또렷이 각인시켜 준다.

이날 오후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가 400여명이 ‘4·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단’이란 이름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을 누비며 피켓(팻말)시위를 벌였다. 광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들의 말 속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오늘은 장애인을 시혜나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날,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 논리 정연한 주장으로 들린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목에 건 피켓 구호들이 대신 말해준다. 법정기념일 명칭변경 요구 외에도 ‘집단수용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 ‘장애등급제 폐지’, ‘코로나19 장애인 맞춤형 지원계획 수립’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장애인을 향한 차별, 배제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소리는 정부와 21대 국회를 향한 절규가 틀림없다.

공동투쟁단은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외면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분리 또는 감금된 채 거주시설에 갇혀 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중증장애인의 비참한 삶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도 했다. 이들은 특히,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 책임, 정치적 응답이 약속되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장애인단체 인사들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이날 교육가족들에게 서한문을 띄웠다. 서한문에서 노 교육감은 4월 20일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바꾸자고 했다.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누어 지원에 차별을 두는 ‘장애등급제’, 아무리 소득이 낮아도 부양의무자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는 ‘부양의무제도’,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가로막는 격리 수준의 장애인 수용정책은 사회적 장벽이라며 광화문 광장의 소리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또, “장애는 불편할 수는 있어도 불행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몇 가지 약속도 했다. 장애인식 개선교육과 장애학생들의 인권 보호 및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으며, 장애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진로·직업교육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주간’이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도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사항을 귀담아듣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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