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와 ‘음주운전과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음주운전과 거리두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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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4일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전환했다. 아울러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등 체액이 타인의 입이나 코로 들어가는 ‘비말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물리적 거리 2m를 확보하는 범국민적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동시에 전개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경찰청은 즉시 비상근무를 발령하면서 교통경찰에게도 특별 근무지침을 하달했다. 즉 음주운전을 단속할 때 경찰과 운전자 사이에 밀접한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1차로 음주감지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될 수도 있으므로 음주감지기 사용을 지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쯤인 지난 1월만 해도 음주감지기를 입에 갖다 대면 거부감을 보이며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는 운전자가 적지 않았다. 결국 2월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대로변에 차량 여러 대를 일렬로 세우고 하던 음주단속은 당분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실제로 울산중부경찰서에서 집계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2.24~4.17)의 음주교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나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음주 교통사고가 더 늘어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이는 단속이 뜸해지니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가 늘어나 교통사망사고의 위험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들의 피로감이 가중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극찬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고 음주교통사고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바로 이런 시기를 잘만 넘긴다면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도 끝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k-방역 모델’을 세계와 공유하는 대한민국의 중심에는 항상 대단한 우리 국민들이 있어 왔다. 코로나19로 음주단속에 물리적 한계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태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주교통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교통경찰인 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더불어 ‘음주운전과 거리두기’ 운동도 동시에 전개했으면 한다. 교통사고로부터 고귀한 생명을 지키자는 음주운전 근절 운동에 우리 국민들이 흔쾌히 동참해주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민이 희망입니다.”

정영철 울산중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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