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 카드 꺼낸 실리노선 현대차노조
‘임금동결’ 카드 꺼낸 실리노선 현대차노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9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범 초기부터 실리 즉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노선을 표방했던 현대자동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최근 ‘임금 동결’ 카드를 꺼내든 모양이다. 지난 17일자 소식지에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독일의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지난 3월 말로 끝나는 임금협약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것이며 사용자는 노동자들의 생계 타격에 대비해 기금을 적립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실이라면 무척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현대차 노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영난에 부딪힌 이 시점, 같이 죽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길을 찾아보자는 상생(相生)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사용자 측의 설득 유무를 떠나, 노조 측이 세계 관련업계의 동향을 손바닥 내다보듯 훤히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소식지를 통해 세계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진단을 적극 인용했다. “피치가 수출시장의 붕괴에 따른 현대차의 유동성 위기를 전망했다”며 “세계 자동차기업이 몰려 있는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가 맺은 위기협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독일의 위기 협약은 기업은 고용보장, 노조는 임금인상 자제로 요약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조의 전향적 자세에 대한 업계 안팎의 평가는 결코 나쁘지 않아 보인다.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며 독일 사례를 제시한 것은 올해 상반기 안에 시작할 임금교섭과 무관하지 않고 특히,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과 투쟁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 사례를 제시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 같다. 지난해 노조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실리(實利)·합리(合理)’를 내세워 당선됐기에 가능한 변화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어쨌건 현대차 노조의 변화는 긍정적인 것이 틀림없다. 이미지 변신의 효과는 지역과 전국의 동종 혹은 다른 업종의 노사관계에도 대단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지레짐작도 해 본다. 특히 새해 초부터 평행선만 달린다는 느낌이 강한 현대중공업 노사의 관계 개선에도 좋은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성급한 예측마저 하게 만든다.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유지가 더 큰일이라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의 시각에 공감의 메시지라도 띄우고 싶어진다. 현대차 사측도 노조의 자구 노력에 통 큰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