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물떼새
도요·물떼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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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이름은 주로 그 새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특징을 드러내어 짓는다. 때문에 같은 새라도 지역이나 국가 등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지역·국가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것은 지역민이나 국민의 정서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절간에서는 딱따구리를 ‘목탁새’라 부르고, 호반새는 ‘비새’ 혹은 ‘불새’로 부른다. 도요·물떼새의 전라도 방언 ‘쫑찡이’는 지역민의 정서가 반영된 사례다. 도요새를 일본에서는 ‘전(?)’이라 쓰고, ‘시기(シギ)’로 적는다. 중국에서는 ‘휼(鷸)’로 쓰는데, 쏜살같이 빠르게 나는 새라는 의미다. 영어권에서는 도요새를 긴 부리 즉 ‘롱빌(long bill)’로 적는다. 전, 휼, 롱빌 등 셋은 모두 같은 새인데도 다르게 표현되는 사례다. 같은 이름인데도 지역에 따라 동물과 식물을 갈리는 예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으악새’인데 동물은 왜가리를, 식물은 억새를 가리킨다.

새 이름이 다양해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징을 찾는 관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의성어와 의태어로 나타나지만 환경적 접근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조류생태 체험 현장에서 참가자들로부터 백로와 도요·물떼새 이름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백로(白鷺)는 다행히 한자가 있어서 의미 접근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도요·물떼새는 접근이 쉽지 않다. 도요·물떼새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만 기존 자료에는 한계가 있다.

도요새와 물떼새에 대한 참고자료를 찾아보면 “도요새는 도욧과에 속한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물떼새는 물떼샛과에 딸린 새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궁금증만 더할 뿐이다. 스웽크 교수는 “개구리처럼 수많은 연구가 이미 이뤄졌고 흔해빠진 동물일지라도 거기서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다는 건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훈이 된다”며 “막상 연구에 들어갈 때면 모든 것이 이미 밝혀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는 아니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물떼새 이름 또한 스웽크 교수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도요새와 물떼새는 수변, 해변, 강변 등 같은 지역에서 먹이활동을 하지만 긴 부리는 도요새, 짧은 부리는 물떼새라고 부른다. 도요새는 긴 부리로 갯벌에 있는 게, 새우, 조개, 물고기 같은 무척추동물 먹이로 잡아먹는다. 물떼새 역시 모래톱, 물 빠진 자갈밭 등지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방휼지쟁(蚌鷸之爭)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翁得利), 러시아 등지에서 쓴다. 인문학적 비유는 도요·물떼새의 이동경로와 서식국가를 알 수 있는 증거자료다. 또 비유에 등장하는 도요새, 조개, 어부 등의 단어를 통해 수변지역의 자연현상을 표현한 말이라는 사실과 함께 도요새와 물떼새의 서식환경이 갯벌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도요새와 물떼새는 물새로 호주에서 겨울을 보내고 대만, 중국, 북한 등지를 지나 러시아·알래스카·시베리아 등 툰드라 지역에 모여 번식을 한다. 그 중간에 먹잇감이 풍부한 갯벌, 요도 등의 습지를 중간기착지로 활용한다. 갯벌 습지에는 물새의 먹이가 되는 굴·조개류, 게류, 고둥류, 지렁이류, 새우류, 작은 물고기류, 곤충류 등이 풍부하다. 도요·물떼새가 찾는 갯벌은 바다환경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다.

물가의 삑삑도요, 뒷부리도요, 청다리도요, 꼬마물떼새 등의 행동을 오랜 시간 관찰했더니 꽁지를 콩닥거리는 도요(?搖)짓을 하면서 ‘걸어가다-멈추고-걸어가는(Run-Stop-Run)’ 행동을 반복했다. 물떼새는 자갈밭에 서거나 앉아서 꼼짝하지 않는다. 움직일 때는 머리와 꽁지깃을 반복해서 콩닥거린다. 이러한 행동과 서식환경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도요·물떼새 이름의 의미를 두 가지 한자어로 접근한다. 먼저 행동양태를 ‘도요(?搖)’로 표현하면, 도요·물떼새는 머리와 꽁지깃을 콩닥거리는 행동을 하는 새라는 의미가 된다. 또한 ‘도요(塗蓼)로 표현하면, 썰물의 갯벌과 여뀌가 자라는 습지환경에서 서식하는 새라는 의미가 된다. 서식환경에서 보면 밀물 때 쉬다가 썰물 때 먹이활동을 하는 새다. 물떼새 이름은 ‘물-떼새’, ‘물떼-새’, ‘물-때새’등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물때를 기다리는 새’라는 의미가 걸맞다고 생각한다.

도요새라는 이름은 17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도요새는 ‘도요’와 ‘새’가 결합된 이름으로 수찰자(水札子, 1690), 수찰조(水?鳥, 1748), 휼(鷸, 1880) 등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름의 변천과정을 읽을 수 있다. 도요새는 대부분 부리가 길지만 물떼새는 부리가 짧은데, 종은 달라도 이름은 같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처음에는 도요 한 종의 이름만 쓰이다가 후대에 같은 서식지, 비슷한 행동의 물떼새 종을 아울러 부르게 된듯하다. 경기민요 <장기타령>에는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 안으로 날아들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홍요(紅蓼) 안’이란 붉은 여뀌꽃이 만발한 천변(川邊)을 가리킨다. 갈매기 역시 도요목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 조류생태학박사·철새홍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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