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전 민주주의의 함성…울산의 4·19혁명
60년전 민주주의의 함성…울산의 4·19혁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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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가 일상의 삶을 멈추어 놓았다. 역설적이게도 하늘이 깨끗해지면서 대기오염이 30%나 줄었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인간의 삶은 거리두기를 통해 고립되었고, 인간에 인해 파괴되어 가던 자연은 생명력을 회복하고 있다. 인간의 시간은 멈추어도 자연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자연의 생명력처럼 인간이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도 멈춤이 없다.

2020년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들이 참으로 많다. 한국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전태일 50주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등 묵직하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사회의 기억들이다.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박제된 숱한 역사적 사실들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 학생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주인공으로 살아갈 힘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

1958년 제4대 국회의원선거와 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통령선거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 경찰의 선거개입과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는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김주열의 주검이 떠오르면서 국민적 항의로 번져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시위대는 4월 19일 대통령집무실(경무대)로 몰려갔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1960년의 4·19혁명을 ‘미완’이라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민주주의혁명임을 부정할 수 없고, 울산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임석, 그는 1960년 4·19혁명에 참여했다가 순국한 울산 출신 민주열사이다. 울산의 4·19혁명은 1960년 4월 26일 오전 8시 울산농림고교(=현 울산공고)에서 시작되었고, 시위대는 울산읍민, 울산여중·고와 울산중 학생들의 합류로 갈수록 불어났다. 4월 28일에는 울산농고 졸업생으로 한양대 재학 중 경무대 앞 시위에 참여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정임석의 유해가 울산읍에 도착했다.

그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경찰지서, 면사무소, 반공청년단장의 집, 자유당 간부의 집을 차례로 부수었다. 부산지역 청소년 150명이 합세하자 시위대는 울산읍의 경찰서와 파출소를 잇따라 공격했다. 5월 3일에는 울산농고등학교 학생이 3·15 부정선거에 가담한 교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동맹휴학에 들어갔고 울산농고, 울산중, 울산제일중 학생 2천500명이 울산경찰서로 몰려가기도 했다. 정임석의 장례는 5월 13일 울산군민 3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민장으로 치러졌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울산교육 독립운동 100년의 빛’을 시작했다. 한국사회의 역동적 사건들이 의미를 더하는 올해에도 ‘민주시민 양성’의 교육목적에 맞추어 지역의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발굴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4월 17일에는 지역의 역사교사, 지역학 관계자와 함께 울산공고 후문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함성 60주년의 메아리’를 부제로 행사를 진행하고 교육적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울산공고는 울산 출신 4·19 민주열사 정임석의 모교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멈추게 해도 교육청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도 교육적 의무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 17일의 행사는 교육청, 정임석열사추모회, 울산공고동창회, 지역사 관계자 등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한다. 가정에 있을 학생들에게는 이번 행사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기 위해 초·중등교육기관 홈페이지의 팝업창을 통해 ‘4·19혁명 60주년 기념 ○행시 공모전’을 진행한다. 공모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청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동적 사건들을 소재로 한 역사책을 지급한다. 4월 15일이 마감일이었지만 행사는 5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벌써부터 뜨거웠다. 가려 뽑은 ○행시는 행사에서 소개되고,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울산의 4·19혁명을 알리는 영상물을 올린다.

이번 행사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육적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자신이 삶의 주체자임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울산시교육청 관계자와 지역의 교육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정숙 무룡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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