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인상 압박…“고 투게더” 하겠나
美 방위비 인상 압박…“고 투게더” 하겠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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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을 ‘부자 나라’(wealthy country)로 추켜세우며 지갑을 더 열라고 요구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양국 실무진의 방위비 분담금협정(SMA) 잠정합의에 제동을 걸었다는 며칠 전 언론보도를 진짜뉴스로 ‘확인사살’하는 발언이다.

‘부자 나라니까 더 내야 한다’는 판에 박힌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역대 한미 정부가 분담금 증액 범위를 동맹의 가치와 상호이익의 균형점을 기초로 결정해오던 관행과 원칙에도 많이 어긋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국 납세자들의 환심이나 사려는 ‘감성적 접근’이 아니고 무엇인가. ‘동맹 우선’ 정신보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서가 더 강하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1.2%로 하향조정했다는 어두운 소식과 겹치면서 심란함을 더한다. 한미협상 실무진이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올해 분담금을 작년보다 13% 늘린 규모라고 한다. 총액 1조1천749억원으로 우리 정부로선 최대한 성의를 보인 셈이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두 자릿수 인상률로 화답한 만큼 미국 조야에서도 ‘무임승차론’은 더 이상 못 꺼낼 것이다.

그럼에도 튀어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반응은 6개월 앞으로 닥친 자신의 대선일정 말고는 풀이할 길이 없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국 경제가 받는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파렴치한 짓일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의 가치는 뒤로하고 대선의 잠재적 득표력만 앞세워 압박전략을 고수하는 것이라면 장삿속 상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게 세상의 이치다. 주한미군 내 한국인 종사자의 절반(4천여명)은 지난 1일부터 무급휴직 상태다. 멀쩡히 일하다가 손을 놓게 된 이들은 엎친 데 덮친 심정일 것이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작금의 상황에 유감을 나타내며 양국 정부에 분담금 협정 타결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겠다지만, 정작 본국에서는 별무반응이다.

미국이 방위비의 절대액수에만 집착한다면 돈은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민의 마음은 얻지 못한다. 13% 이상 더 내놓으라고 닦달하면 한국 내 반발 정서가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금 더 챙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국적 견지에서 하루빨리 타결을 짓는 게 상호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양국 군 당국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고 투게더(Go together=함께 갑시다)’ 정신이 아닌가. 미국 행정부가 방위비 압박을 계속한다면 미국의 얌체 같은 태도를 타박하는 한국 내 목소리만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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