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난지원금의 명분
교육재난지원금의 명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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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옥희 교육감은 지난달 19일 빵과 과자, 음료수, 피자 등 500만원어치를 마련해 울산양육원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울산양육원은 초등학생 50여명을 포함한 118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한창 성장할 나이여서 잘 먹어야 하지만 요즘 양육원에는 간식과 먹거리가 부족하다. 예전처럼 경기가 잘 돌아갈 땐 매주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자원봉사도 많이 하러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이마저도 뚝 끊겨 아이들 간식 주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경기가 어려울 땐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입는다.

취약계층은 하루 한 끼가 걱정스럽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 한 끼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먹고 살만한 가정도 아이들 먹거리가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맘카페에서 심심찮게 올라오는 글도 온통 휴업기간 아이들의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다.

울산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검토해 추진하는 ‘교육재난지원금’(본보 13일자 6면 보도)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한 끼’라도 든든히 먹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또 등교개학이 늦어지면서 각 가정이 부담해야할 간식비 등 추가적인 지출에 대한 지원도 있다. 교육재난지원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는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회적 재난이다. 울산교육청의 ‘교육재난지원금’ 역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교육재난지원금’이 선례가 될 때 다음의 재난에 대처하는 성격도 있다. ‘교육재난지원금’은 국가교육이 담당할 책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것이다.

울산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재난지원금’은 학생들의 ‘무상급식 예산’을 재원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이다. 울산지역 학생이 약 15만명이니 약 15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재난지원금’ 예산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학생급식비는 울산교육청과 울산시, 각 구·군 지자체가 협력해 지원하고 있는데, 울산교육청이 70%, 지자체가 30% 비율로 담당하고 있다. 유치원, 초등, 중·고등 예산배분 비율이 각각 다르지만 전체적 예산비율을 따지면 이 정도 된다.

지자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3~4월 급식비는 179억원 정도다. 학생 1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고도 남는 돈이다. 이 예산은 사용하지 않으면 불용처리 된다. 연말 죽어버린 예산이 될 바에야 학생들에게 사용할 예산이니 학생들에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재난지원금’을 시교육청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울산시와 각 지자체의 협력이 선결조건이다. 또 지원근거를 마련할 시의회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13일 본보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나가자 지자체에서는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협의 중인데 교육청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또 선거정국에서 왜?라는 민감한 반응도 나왔다.

기사는 확인한 사실대로 게재했다. 교육청 관계자의 “추진·검토 중”이라는 말 속에 울산시와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 발표 시기 등 여러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시교육청의 언론 플레이는 아니다.

사회가 멈춰 서다시피 한 코로나19 상황은 ‘한 끼’가 걱정스러운 아이들에게 더 혹독하다. 이들에게 10만원은 그 이상의 가치가 된다. 복지예산 1을 투여했다면 효과는 10 이상을 거두는 게 이상적이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시기에 지원하는 게 보편적 복지의 첫걸음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시교육청의 ‘교육재난지원금’이 다음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시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정인준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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