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사전투표 현장】 울산, 마스크·장갑도 막지 못한 ‘투표 열기’
【코로나19가 바꾼 사전투표 현장】 울산, 마스크·장갑도 막지 못한 ‘투표 열기’
  • 김원경
  • 승인 2020.04.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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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행렬 이어져 손소독·발열체크 후 한표 행사비닐장갑 쓰레기·1m 거리 유지 어려움에 우려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11일 동구 남목2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남목2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11일 동구 남목2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남목2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최지원 기자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어서 투표를 통해 내 뜻을 더욱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4.15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울산 남구 신정2동 종하체육관 사전투표소는 오전 6시부터 줄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대부분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본 투표일을 피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수진(42)씨는 “금방 하고 가려고 했는데 줄이 이렇게 긴 것을 보고 놀랬다”며 “원래 정치에 관심도 없고 투표도 안했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니 내 뜻을 투표로 표현하고 싶어 나왔다. 정치인들은 그만 싸우고 살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힘을 모아 달라”며 투표장으로 들어갔다.

사전투표소에는 모든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이 마스크와 의료용 장갑을 끼고 있었고, 유권자는 입구에서 손소독과 발열체크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나서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0일 남구 울산보훈지청에 마련된 남구 옥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를 하기 전 유권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최지원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0일 남구 울산보훈지청에 마련된 남구 옥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를 하기 전 유권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최지원 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1m 이상 간격에 맞춰 투표소 밖까지 길게 늘어진 줄에는 젊은 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취업준비생 고민정(24)씨는 “공약을 꼼꼼히 따져 보고 선택했다”며 “현재 졸업한 친구들 절반이 취업을 못하고 있는 등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젊은 사람들 일 좀 할 수 있게 공약이행률 좀 높여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2시께 중구 학성동 사전투표소인 울산우체국에는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다. 마스크 미착용 어르신들에게는 마스크가 주어졌고, 몇몇 어르신들은 기표소에서 바로 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보내기도 했다.

기표소에서 5분정도 시간을 보낸 김말춤(82)씨는 “1번 2번이 다 어디갔노?”라고 며느리에게 물으며, “한참 보니 있더라. 뭐가 그리 많은지...”라며 길어진 비례투표용지에 놀라움을 표했다.

사전투표소에선 개인 장갑을 챙겨온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출구 쪽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인 비닐장갑을 바라보던 김(54) 모씨는 “안전도 좋지만 전국 수많은 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이 이렇게 많이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환경오염이 우려된다.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표할 때 개인장갑을 챙겨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0일 남구 울산보훈지청에 마련된 옥동사전투표소에서 군인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최지원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0일 남구 울산보훈지청에 마련된 옥동사전투표소에서 군인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최지원 기자

오후 4시께 북구의원 보궐선거까지 치러지는 농소1동행정복지센터 3층 투표소. 대기 장소가 좁아 1m 간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유권자들은 ‘이렇게 많은 비례정당은 말도 안 된다, 반은 없애야한다’, ‘지지정당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국격을 높여 놨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한다’, ‘경제도 어렵고 살기 힘들다. 싹 다 바꿔야한다’, ‘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큰 기대감이 없어 고민했다. 누가 되든 민생치안·복지 사각지대 잘 살펴봐 달라’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박노원(55)씨는 “경제도 살리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투표밖에 없다”며 “북구에 시급한 송정역 광역전철 연장 등 구민과 시민들을 위해 진정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모두 잊지 말고 투표권을 꼭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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