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시, ㅋ·ㅋ·ㅋ·ㅋ·ㅋ
오행시, ㅋ·ㅋ·ㅋ·ㅋ·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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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란 역병(疫病)이 현재 세계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역귀(疫鬼), 역신(疫神), 돌림병 등으로 부르는 전염병은 시대에 따라 많은 고통과 죽음을 안겨줬다. 역병이 창궐할 때마다 사람들은 한동안 공포와 불안에 쌓여 정상적인 삶을 꾸려갈 수 없었다. 현실도 그렇다. 과학적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민속적 접근으로 위안을 받으려 한다. 역사적으로 민속학적 전염병 대처법은 꾸짖기, 달래기, 쫓기 등 다양하다. 역병의 중심에 역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녀가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 돌고래를 만나면 그날의 물질을 포기하고 뭍으로 나온다. 돌고래는 해녀를 놀라게 하고 때로는 잡은 해산물을 낚아채며 물질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물질을 할 때 돌고래 무리가 주위를 빙빙 맴돌면 해녀들은 다 함께 ‘배알로∼, 배알로∼’를 외친다. ‘배알로’라는 말은 물위에 떠 있는 해녀들이 ‘배 아래로’ 그냥 지나가라는 뜻이다. 갯바위낚시꾼이 첫 입질에 미끼를 뜯어먹는 쥐치가 올라오면 자리를 옮기거나 낚시를 접듯이 해녀들에게는 돌고래가 사라진다 해도 그날의 물질은 허탕이라고 생각한다. 돌고래가 멍게, 해삼 따위를 이미 싹쓸이해 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초(正初)에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는 농악대를 꾸려 대문부터 안방, 부엌, 마구간, 우물, 창고, 변소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풍물을 치고 사설과 비나리로 덕담을 한다. 올 한해도 마을에 풍년이 들고, 송아지 잘 낳고, 가족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벽사진경(闢邪進慶=삿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일로 나아가는) 의식이다. 덕담 비나리의 끝은 “안가태평 하여 주소/ 재수사만 있어 주소/ 잡귀 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라는 대중(大衆) 창화(唱和)로 마무리한다. ‘물알로’라는 말은 나쁜 것들은 ‘물 아래로’ 그냥 떠내려가라는 뜻이다. 해녀의 ‘배알로∼’, 농악대의 ‘물알로∼’는 둘 다 나쁜 것을 물리치려고 큰 소리로 꾸짖어 쫓는 벽사책(闢邪?)이다.

불교 <관음시식>에는 여러 망자(亡者)를 초청하는 청혼(請魂)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산하지기 일월성신 육상고혼, 만경창파 승선월항 파선함몰 해중고혼, 첩첩산중 폭포락사 호랑액사 자살참사 거리노중 객사고혼 등…(山下地氣 日月星辰 陸上孤魂 萬頃蒼波 乘船越航 破船陷沒 海中孤魂 疊疊山中 瀑布落死 虎狼厄死 自殺慘死 距離路中 客死孤魂 等…)”이란 표현이다. 관음시식은 한마디로, 사람을 병들게 하는 외로운 망자를 초청하여 마음을 달래주고 대접하는 의식이다.

불교의범에는 <구병시식(救病施食)> 내용이 나온다. 구병시식은 병을 일으키는 역신(疫神)을 잘 대접하여 전송하는 의식이다. 의식의 끝은 책주귀신(?主鬼神=병을 일으키는 중심귀신)을 전마(錢馬)에 올라타게 한다. 그 후 불을 끈 캄캄한 공간에서 “옴 아아악 사바하”라는 진언을 큰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팥을 세차게 뿌린다. 큰소리와 전마를 향해 힘껏 뿌리는 붉은 팥의 위력으로 말을 놀라게 한다. 놀란 말을 십만팔천리로 도망치게 하는 의식이다. 구나(驅儺)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섣달에 궁중에서 베풀던 역귀를 쫓는 의식을 말한다. 진자(?子)를 동원하여 큰소리로 꾸짖어 쫓아내는 의식이다.

<용재총화>에는 궁중에서 행하던 구나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아이들 수십 명을 뽑아서 붉은 옷과 붉은 두건(頭巾)으로 가면을 씌워 진자(?子)로 삼는다. 창사가 큰소리로, ‘갑작(甲作)은 흉을 먹고, 불주(佛?)는 범을 먹으며, 웅백(雄伯)은 매(魅)를 먹고, 등간(騰簡)은 불상(不祥)을 먹고, 남제(攬諸)는 고백(姑伯)을 먹고, 기(奇)는 몽강양조(夢强梁祖)를 먹으며, 명공(明公)은 폐사기생(?死寄生)을 먹고, 위함(委陷)은 츤(?)을 먹고, 착단(錯斷)은 거궁기등(拒窮奇騰)을 먹으며, 근공(根共)은 충(蠱)을 먹을지니, 오직 너희들 12신은 급히 가되 머무르지 말라. 만약 더 머무르면 네 몸을 으르대고 너의 간절(幹節)을 부글부글 끓여 너의 고기를 헤쳐서 너의 간장을 뽑아내리니 그때 후회함이 없도록 하라.’ 이렇게 하면 진자(?子)가 ‘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복죄(服罪)하는데 여러 사람이 ‘북과 징을 쳐라’ 하면서 이들을 쫓아낸다.”

‘코로나19’로 인해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생활 주변을 둘러보면서가 하루 빨리 건강한 일상에의 복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오행시를 남긴다.

ㅋ: ‘코로나19’, 네 이놈!

ㅋ: 크레인(Crane·학)의 예리한 부리를 모르느냐?

ㅋ: 크로우(Crow·까마귀)가 동물사체를 먹는 것을 모르느냐?

ㅋ: 콕콕, 예리한 부리로 쪼아 죽이기 전에

ㅋ: 코리아를 팔준마 타고 어서 멀리 떠나거라!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 박사·철새홍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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