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메시지
부활절 메시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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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주일예배 직전, 남구 태화강변의 한 작은 교회에 잠시 들렀다. 신도가 100명도 채 안 되는 S교회에도 부활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있었다. 그러나 왁자하던 예년의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U목사 부부가 열심히 나르는 비닐봉지에 시선이 꽂혔다. 요구르트 1개, 떡 한 조각, 삶은 달걀 2개가 전부였다. “벌써 8주째지요. 관청 요구대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니 예전처럼 성도들에게 따끈한 식사 한 끼 대접할 수도 없고.” 문득 ‘코로나19가 빚은 축소지향의 선물’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출석 신도가 평소의 절반도 안 된다니, 교회재정은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S교회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고민이다. 벌써 몇 주째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인천 J교회의 L목사가 부활절 메시지를 사이버 공간에 띄웠다. “‘부활절 온라인 예배’라는 역사에 남을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무리 거세게 몰아쳐도 우리에게서 부활신앙을 뺏어갈 수 없음을 믿는다.…부활의 소식은 코로나19를 넘어 온 세상에 전파될 것이다.”

영어로 ‘Easter’라는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처형 후 사흘 만에 부활한 것을 ‘역사적 사실’로 확신하는 기독교신앙의 핵심 교리다. 그런데 부활절이면 으레 등장하는 달걀을 새내기 신도들은 ‘부화’ 즉 ‘새로운 탄생’과 연결 짓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혹자는, 초기 기독교 선교사들이 튜튼족(→게르만족)에게 전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라는 설을 띄운다. 튜튼족 신화 중에 ‘빛의 여신’ 아스타르테(Astarte, ‘Easter’)가 달걀에서 태어났다는 신화를 선교사들이 그들의 풍습에 접목시켰다는 얘기다. 여하튼 부활절 관습에 녹아든 달걀이 부활절 의식에서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활절에 즈음해 기독교 신·구교 지도자들과 영국여왕이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7일 ‘주님 부활 대축일’(=부활절)을 앞두고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특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원하신다”며 “이런 도움의 손길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길어진 미사 중단은 영적 고통을 키웠지만, 신자와 사제가 서로 그리워하게 됐고, 그 그리움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자라났다”고 위로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6일자 메시지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심으로써 부활의 소망을 주셨다”며 “코로나19로 두려워하는 인류는 그동안 쌓아온 오만한 마음을 내려놓고 겸손히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경청과 공감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넘고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상생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성공회의 수장인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은 11일 재위 중 첫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떨어져 있음으로써 서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서 “모든 믿음과 교파를 가진 이들이 축복받은 부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울산 S교회 U목사는 12일 작은 집단의 신도들을 향해 강론을 폈다. 그는 ‘부활의 첫 열매’란 설교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이 전염병으로 수만 명씩 죽은 기록들이 구약성경에도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질에 눈이 어두운 인간의 오만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일지도 모른다”며 회개와 함께 ‘바벨탑 쌓기의 중단’을 촉구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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