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마지막 편… 동화의 나라 덴마
‘북유럽’ 마지막 편… 동화의 나라 덴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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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진이나 기록을 통해 지금처럼 여행을 못 가더라도 그때로 돌아가 다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오슬로 항구에서 DFDS크루즈를 타고 덴마크로 갔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어서 자전거 타기 좋은 나라다. 차보다 자전거가 더 우세하고 장관이나 시장이 자전거 타고 출근한다는 곳이다. 자전거 도로에는 가로등이 없고 등이 줄 위에 매달려 있는 게 특이하다.

붉은 벽돌의 시청사 광장에는 코펜하겐의 창시자인 압살론 주교의 동상이 있다. 바로 옆에 안데르센 동상이 티볼리 공원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언제나 줄을 서는 곳이다. 각국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뒷사람에게 부탁하곤 한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빨간 구두, 눈의 여왕, 백조의 왕자, 엄지공주> 등 동화는 초등학교 때 너무나 좋아했다. 그는 우울할 때면 여행을 떠나면서 말했다. “여행은 내 인생을 젊어지게 하는 샘물이다.”

티볼리 공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테마파크이다. 1843년 계층의 구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을 만들 수 있게 왕의 허가를 받아 지은 유럽 최초의 공공 오락공원이다. 회전목마, 제트코스터, 목조 롤러코스터 등과 레스토랑, 콘서트홀, 야외 음악당이 있다. 밤이 더 멋지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볼만하다고 한다. 정교한 밀랍 인형이 진열된 루이스 투소 밀랍인형관도 있다.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 봤는데 울창한 나무 사이로 목조로 만든 놀이시설 등이 보였다.

시청 앞 광장에서 신호등을 건너면 보행자 전용도로인 스트뢰에 거리가 시작되어 길게 이어진다. 일명 ‘보행자의 천국’이라는 이 거리는 제일의 쇼핑가이다. 먹을거리와 의류, 기념품, 도자기 등 없는 게 없다. 2시간 내내 헤매고 다녔다. 옆으로 가면 구광장에는 ‘자비의 분수(카리타스)’가 있다. 젊은 임산부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고 물줄기가 여인의 가슴과 오줌 누는 아이에게서 나온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고 있다.

코펜하겐의 상징은 바로 인어의 공주 동상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어 1913년 조각가 에드바르트 에릭슨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왕립 극장에서는 발레 ‘인어공주’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칼스버그 맥주회사 사장이 동상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모델은 극장의 프리마돈나로 절세미인이었다고 하는데 후에 조각가의 부인이 되었다. 인어상은 전체 길이가 80cm로 생각보다 왜소하고 초라하다. 쓸쓸해 보이면서도 다소곳한 자태로 해안에 앉아있다.

시청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새로운 항구, 선원들의 거리라고 부른다. 또는 안데르센이 살았다 하여 ‘안데르센 거리’로도 통하는 곳이다. 17세기 중엽 이래 뉘하운은 교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에 따라 각처에서 몰려든 선원들은 주로 가는 싸구려 선술집이 모여 있던 곳이다. 지금은 각종 요트와 범선의 정박지가 되어있다. 하지만 아직도 전통적인 가옥과 나무로 만든 배, 문신을 새기는 가게 등이 남아있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덴마크의 또 다른 명소로 등장하고 있다.

운하의 남쪽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가난뱅이였던 안데르센은 옮겨 가며 살았던 동네였다. 69번지는 안데르센 기념관으로 그와 관련된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있다. 거리 곳곳에는 안데르센의 자취가 남아 있는 건물에 작은 푯말들이 붙어 있어 그의 흔적을 설명해 주고 있다. 북쪽은 파스텔톤의 창이 많은 건물과 멋진 레스토랑, 바 등이 들어서 있는데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운하 크루즈를 타면 1시간 동안 코펜하겐 시내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게피온 분수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덴마크의 선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분수대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 황소 4마리를 몰고 가는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게피온은 덴마크 수호의 여신이고 북유럽 풍요의 여신이다.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4명의 아들을 황소를 변하게 해서 땅을 갈게 한 내용이다. 이 분수대는 섬세하면서 웅장하다. 주변에도 볼만한 곳이 많지만 어떤 구석에도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의 원작자 카렌 블릭센은 덴마크의 소설가다. 영화는 카렌의 자서전에 근간을 두고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아프리카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많은 이들에게 아프리카의 환상을 가지게 한 작품이다. 그녀의 박물관이 덴마크에도 있지만, 케냐 나이로비에 가면 또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를 꿈꾸며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커피 향처럼 몸속으로 스며든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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