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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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혼자만 살아갈 수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만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들이 그런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이 원리를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발견한 뉴턴은 이를 ‘만류인력의 법칙’이라고 했다.

인간사회에서는 개인, 집단, 나라 사이에도 교류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의 좋고 나쁜 정도는 새로운 교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나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보도를 접하면서 이러한 교류관계의 중요한 원칙이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우리 속담에 담겨 있음을 느낀다.

지금을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교통은 물론 인터넷·SNS 기술의 발달로 멀리 떨어진 지구상의 어떤 나라 사람들과도 가깝게 교류할 수 있고, 교류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다보니 ‘관계’가 더없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수습과정에서 우리나라 진단키트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 120개 나라에서 수입·지원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생산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많은 국민들이 ‘거기는 빨리 지원해줘라’, ‘거기는 주지마라’ 등의 의견들을 내고 있으니 교류관계의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가장 히트 친 나라는 나토의 군용기를 빌려 우리나라에 와서 진단키트를 싣고 간 루마니아였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많은 국민들이 ‘정부가 잘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루마니아는 과거 공산진영이어서 우리와 교류가 많지 않았지만 작년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강에서 관광선이 전복되었을 때 루마니아는 우리 국민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우리 관광객 33명 중 19명이 실종되고 하류에서 시신 수색이 한창일 때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강 상류의 수력발전을 중단하고 댐 수문을 닫아 수위를 낮춰주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고,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격언을 떠올렸을 게 틀림없다.

비슷한 사례가 에티오피아의 지원 요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응이었다. 지금 에티오피아는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지만 6·25 때는 우리나라에 1개 대대 3천500여명을 파병해 120여명의 전사자를 내면서까지 우리를 도왔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우리 국민은 ‘그런 나라에는 돈도 받지 말고 지원해주라!’며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베트남은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 발생 초기 베트남 정부는 한국발 비행기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일부 네티즌은 우리 태극기의 태극 부분을 ‘코로나 바이러스’ 모양으로 그려놓고 ‘사우스 코로나’라고 비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급해지자 우리나라에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했고, 이 소식을 들은 우리 네티즌들은 ‘베트남에는 진단키트를 주지 말라’고 열을 올리기도 했다. 교류관계에서 작용하는 만유인력의 크기가 평소의 주고받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라는 말을 특히 좋아하는 우리 겨레는 너와 나를 생존경쟁이나 투쟁의 관계로 보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져 함께 가야하는 관계로 알고 실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변 국가를 침범해 못살게 군 적이 별로 없었고, 6·25 때는 수많은 나라의 지원을 받아 되살아날 수 있었으며,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후원을 감당해내고 있다. 바로 이런 역사가 미래에 세계의 많은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훌륭한 재산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코로나19 사태 뉴스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역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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