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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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주 회자되는 말 가운데 영어로 “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한데 그 유래를 두고 두 가지 이설이 있어 흥미롭다. 유대교의 <미드라시(Midrash=구전율법이나 랍비의 설교를 모은 성경해석서)>에 나온다는 설과, 고대 페르시아의 수피즘(Sufism=이슬람교의 신비주의 분파, 수피파) 시인의 시가 그 뿌리라는 설이 대표적이다.

전자를 철석같이 믿는 분들은 이 표현이 ‘유태인들이 즐겨 읽는 구절’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유태인들이 나치 학살의 그 어려운 시기에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이 관용구 덕분이었노라 살을 붙이기도 한다. 여하간 이 명언은 미국의 서정시인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의 시어에도 등장, 유명세를 키운다. 홍지수의 번역시를 잠시 인용해본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강물처럼 밀려와/ 평화로운 삶을 덮치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눈앞에서 휩쓸어가 버릴 때/ 시련을 겪는 순간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더욱 흥미로운 것은 목회자의 설교도 갈래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예수사랑교회의 정동수 담임목사는 지난해 8월 4일 주일오후예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성경에는 없지만, 유대인들이 보는 성경해석서(미드라시)에서 나온다.” 그러나 혜천교회(담임목사 이규현)의 ‘목양칼럼’(2017.7.29.)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관용어구가 있습니다. 세간에서 많이 인용되는 문구의 하나이고, 기독교인들 중에는 이 말이 성경에 나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일한 표현은 성경에 나오지 않습니다.…필자가 가진 <미드라시> 번역본들을 찾아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자는 이 문구가 유대 랍비 전통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페르시아 이슬람 전통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합니다. 이 문구가 나타내는 메시지는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얻은 성공과 영광, 환희가 영원할 것인 것처럼 자랑하며 오만을 떨지 말고, 내가 지금 실패와 환난, 시련 가운데 처해 있다고 할지라도 고통으로 인해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입니다.”

필자는 또 <미드라시>에 나온다는 세간의 말을 이렇게 소개한다. “큰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 왕은 승리의 기쁨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반지를 만들도록 보석세공인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보석세공인은 반지를 만든 후 반지에 들어갈 글귀를 고민하다가 솔로몬 왕자에게 갔더니 솔로몬 왕자가 반지에 새기라고 한 말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는 것입니다.”

다윗 왕 때 있었던 이야기라고 확신하는 천성성결교회 이선영 목사는 지난 1월 14일의 설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자주 하시기 바랍니다.…‘This, too, shall pass away’는 지금 좋은 것이나 지금 슬프고 힘든 것에 마음 빼앗기지 말라는 말씀이지요. 좋은 것도 지나가는 것이고, 슬프고 아픈 것도 지나가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명언의 유래야 어떻든, 그 말속의 참뜻을 새겨들으면 유익한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춰 선 시간….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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