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울산!
힘내라!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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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사무실과 집을 왕복하기만 했던 날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갑니다. 갑갑한 날이 이어졌지만 바람은 어느새 한결 부드러워지고 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한 달 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힘을 내자’며 온 마음을 모았습니다. 방호복 안 굵은 땀방울을 흘리던 의료진의 모습에서, 90세가 넘은 할머니의 완치 소식에서, 곳곳에서 이어지는 기부 물결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세계 각지에서는 대한민국의 이런 모습을 부러워하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은 구청 3층입니다. 화장실이나 복도의 창문을 통해 보건소 선별진료소가 보입니다. 며칠 전 주말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우연히 선별진료소를 내려다보는데 경차 한 대가 들어오더군요. 아주머니 한 분이 조수석에서 내리더니 하얀색 비닐봉투를 진료소 멀찍이 내려놓으시곤 의료진에게 손짓을 하셨습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가져가라고 하시는 것 같았어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가까이 다가가 몇 마디 나누자 아주머니는 차를 타고 곧바로 떠나셨습니다.

후에 보건소에 물어보니 의료진들 고생한다며 유산균 음료 25병을 두고 가신 거였더군요.

어디 이런 분들뿐일까요? 필자는 구정 홍보를 관장하는 자리에 있어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동전을 모아 행정복지센터에 갖다 준 작은 천사 ‘서은’ 양, 아동용 마스크가 부족할까봐 어린이용 마스크 50장을 갖다 준 어린 남매, 동생이 장애인이라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들지 안다며 마스크와 함께 저금통을 가져온 남매, 보건소 직원들을 위해 매일 아침 따뜻한 떡을 배달해 주시는 아주머니, 마스크 대란에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서 주신 재봉틀 재능 기부자들, 식당 사장님의 식사 기부, 약사님의 소독제 기부, 마스크를 받으러 온 만삭의 임산부가 가져온 도넛 등 위기를 극복하려는 크고 작은 나눔들이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팍팍해진 일상에 잠시나마 웃음 짓게 해 준 일들이었습니다.

해외입국자가 증가하면서 공무원들이 일대일 전담해야 하는 자가격리자가 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부서원이 자가격리자에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하고 오면서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얘기하더군요.

“자가격리자 분이 주신 선물입니다.”

직원 손에는 작은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습니다.

생필품 상자를 가져가시라고 현관 앞에서 전화를 드렸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는 작은 봉투를 현관 밖으로 살짝 내려놓더랍니다. 이윽고 현관문 너머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소독 다 한 거예요. 꼭 가져가 주세요.”

비닐봉투에는 초콜릿 한 봉지와 작은 접착메모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동글동글 깨알 같은 글씨로 써 있었죠.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해야 겠는데 드릴 게 없어서 초콜릿이라도 드리고 싶었다고. 혹시나 몰라 초콜릿 봉투도 몇 번이나 소독하고 드리는 거라고….

자가격리로 본인이 더 힘들 텐데 타인을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응원해 주시는 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더 힘을 내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짧은 글로나마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이 있었지만 짧은 글 실력으로 다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네요.

지금까지 그랬듯 대한민국은 이 위기를 또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세월이 흐른 후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며 함께 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힘내라! 울산!

김기항 울산북구청 기획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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