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전시컨벤션센터, 골든타임은 1년이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 골든타임은 1년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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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경제부담 줄이도록 창고형으로 지어야”

“100년짜리 특화전시회 개발·전문가 활용 바람직”

2021년 3월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8천㎡ 규모의 울산전시컨벤션센터가 둥지를 튼다. 35년 동안 전시업무를 하고 있는 전시인으로서 10년 만에 개관되도록 수고하신 울산광역시 및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2012년 울산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아 활동할 당시 우리나라의 컨벤션센터는 10개 남짓이었으나, 현재는 16개의 전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에 6개가 있고 부산, 대구 등 지방에 10개가 있다.

향후 2∼3년 내에 울산을 시작으로 청주, 대전, 천안에 개관되는 전시장을 합하면 20개 컨벤션센터를 보유하게 된다. 세계 전시장 CEO들은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급속도로 증가되어 우려가 된다.

국제전시협회(UFI, 프랑스)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1천212개의 전시장이 있고, 연간 3만2천개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600개의 전시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전시장의 주요 기능은 ‘중개’ 역할이다. 모든 상품을 전시장에서 중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고대 및 중세 유럽 전시회 발전사를 보면 왕한테서 전시장 운영권을 부여받은 영주들은 상인으로부터 영업세 즉 참가비를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재화의 공급과 수요를 전시장을 이용하여 통제했다.

그러나 요즘은 재화의 거래와 이동을 통제할 수가 없다. 통제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시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는 세계 4대 경제대국 독일이다. 세계 Top 10 전시장 가운데 4개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CeBit(하노버정보통신전시회) 등 세계적인 전시회가 독일에서 다수 열린다.

독일전시협회(AUMA)는 독일 기업의 4분의 3이 전시회를 통해 거래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은 제품 생산 후 전시장이란 시장에서 구매자를 만나 한 번에 거래를 끝내는 것이다. 전시장이 기업의 영업과 수출입의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독일도 전시장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유사전시회의 중복개최로 전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지는 않다. 유사전시회의 중복개최는 첫째, 전시장 간 과당경쟁으로 적자요인이 되고 둘째, 기업은 중복 참가로 부담이 가중되며 셋째, 바이어에게 혼선을 주어 거래 감소와 전시회 경쟁력 약화의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울산은 국내 16개 전시장과 경쟁대열에 서 있는 만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20년 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시장 등 무역거래기반 활성화를 위해 위촉받은 적이 있는 전문위원으로서 울산 전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전시장 건립 및 운영과 전시회 개발 및 개최 등이상 두 가지 분야다. 첫째, 전시장 건립은 이미 시작되었으나 창고형 전시장을 제안한다. 지역의 랜드마크라는 명분으로 호화로운 건물을 짓는 것은 과다한 비용으로 지자체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이에 대한 해법은 독일의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등 세계적인 전시장도 일부 공간은 냉난방 시설이 없다. 비수기에는 전시장을 가동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냉난방시설을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전시장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했기 때문에 확대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시장 가동률이 190%인 국내 대표 전시장도 1980년대 초반 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적자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전시회의 개발 및 운영은 장기적인 계획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시장의 수지를 고려하여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유사전시회의 중복개최는 처음부터 지양해야 하며, 이것은 울산시, 시민 및 전시장이 서로 협력할 때 추진할 수 있다.

1574년에 시작된 450년 역사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Frankfurt Book Messe)’에서 독일 전시회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전시회를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특화전시회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전시회의 개발을 요청 드리고자 한다.

최근 5년간의 국내 전시장 가동률을 살펴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시장은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개별 전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특화전시회와 전시장 운영에 대한 전문가의 부재로 요약할 수 있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다른 전시장과 비교할 때 출발은 이미 늦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100년간 열릴 수 있는 특화전시회를 개발하고 전문가를 활용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장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돈유 산업통상자원부 무역거래기반위원회 위원·전 한국전시산업진흥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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