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온라인 개학’과 성숙한 시민의식
사상 첫 ‘온라인 개학’과 성숙한 시민의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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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확산과 준비 미흡 등의 이유로 초·중·고교 개학을 한 차례 더 미뤄 ‘온라인 개학’을 9일부터 순차적으로 하기로 했다. 중·고 3학년이 우선대상이고 일주일 후(16일)엔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 20일엔 초등 1~3학년 학생 순으로 원격수업에 들어간다. 유치원은 등교개학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휴업이 무기한 연장된다. 대입 일정도 조정해 수학능력시험을 12월 3일로 2주 연기하고 수시학생부 작성 마감일도 16일 늦춰 9월 16일로 잡았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개학일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4번째이고, 온라인 개학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확진자 발생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개학 준비도, 지역간 형평성 등을 종합 고려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후로는 지역별 감염 진행상황과 학교 여건을 살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등 탄력적 학사운영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달 말이면 원격·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스마트기기 지원, 장애학생들에 대한 자막·수어·점자 제공,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다국어 지원 강화 등 우려되는 학습격차 완화방안도 마련했다. 교사들의 원격수업 역량 높이기 대책도 포함됐다. 잇따른 학사일정 변경으로 혼란이 적지 않겠지만, 학생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학습권이 중요하다 해도 인명에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예행연습 없이 맞이함에 따라 당국과 학교의 노력에도 사각지대가 꽤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과제는 원격수업을 학교별·지역별·계층별 격차 없이 진행하는 일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농어촌지역 학생, 장애학생 등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촘촘하게 살펴야 한다. 수업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인력과 장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재작년 기준으로 원격수업이 있었던 곳은 중학교 18.9%, 고등학교 29.5%에 그쳤다고 한다. 지역별·소득별 컴퓨터 보유율 차이도 크다. 일선에서 원격수업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격차도 크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신속한 실태 파악과 후속 대책, 우선순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급선무다.

코로나19 사태로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까지 나오는 등 파장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염병 사태 속에서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노력이다. 불평등과 소외가 있어선 더욱 안 된다.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재수생과 비교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이 나와서도 곤란하다. 불거질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터이고, 궁극적으론 등교수업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산발적인 집단감염과 해외유입이 지속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춰서도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고 격리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꾸준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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