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농업기술의 지향점
기후변화와 농업기술의 지향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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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로, 태양에서 오는 복사에너지와 화산 활동, 화석연료 등을 활용한 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한 온도 상승이 빙하 면적의 감소, 수륙식생(水陸植生) 분포의 변화 등으로 이어진다.

2020년의 1~2월은 ‘겨울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추위가 없었고, 눈이 아닌 비가 많이 왔다. 기온은 평년의 0.6도보다 무려 2.5도나 높은 3.1도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이상난동(異常暖冬)이 있었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따뜻한 겨울의 연속이다. 여름이 길어지고 고온화 될 것이라는 학계의 전망이 맞아가고 있다.

2019년은 7개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갔고 최근 몇 년간의 잦은 집중호우와 국지기상의 급변 등은 자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울산의 대표적 과일인 배의 꽃은 따뜻한 겨울을 지나오면서 평년보다 3~4일 빨리 피고 있다.

배꽃은 개화 후 -1.7도 이하의 온도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동상해를 입는다. 1년 배 농사를 시작도 못하고 마감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농업기술센터는 분석을 바탕으로 선제적 기술 대응에 나서고 있다.

① 대대적인 품종 갱신이다. ‘신고’ 품종이 85%나 차지하는 배는 빠른 개화로 꽃샘추위에 약한 것이 취약점이다. 이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작고 안전하고 맛있는 배를 보급하고자 황금배를 2015년부터 ‘황금실록’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미국 등지를 겨냥한 수출전략 품종 ‘그린시스’의 확대재배를 유도하고 있다. 이 품종은 기후변화로 인한 배꽃의 동상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국내외 소비자의 기호에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② 단기적 이상기상을 정확히 예측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기술의 활용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맞춤형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울산농업기술센터에 전격 도입했다. 이는 국지적 기상이변을 미리 예측해 농업현장에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농촌진흥청과 기상청의 기상자료와 울산지역의 국지기상장치(AWS) 측정 자료를 종합해 농가에 제공하면 지역별 기상상태에 따른 냉해 방지, 병해충 예측 등에 도움이 될 것이다.

③ 중장기적 과제로, 기후변화를 농업에 유리한 기회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과 서비스의 발굴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품종의 발 빠른 도입과 시장성 있는 아열대 작물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④ 농업 분야 기후변화 원인의 제거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연간 120톤의 유산균, 효모, 바실러스, 광합성균을 1만여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가축의 호흡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분뇨 등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를 줄여 깨끗한 공기를 만듦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농축산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광합성균은 암모니아, 황화수소처럼 악취나 기후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스를 먹이로 하기에 직접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전문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이 농업부문의 기후변화에 기술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연구와 개발(R&D)에 2020년부터 2027년까지 8년간 총 2천9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서(예측), 유익한 기회로 활용하고(적응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며(적응Ⅱ), 기후변화의 크기를 장기적 관점에서 줄이는 농업부문의 노력(완화)이 선순환 체계로 추진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성과 지역특성에 가장 적합한, 즉 기후와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작목 배치와 가축사양기술 개발에 나서게 된다. 동시에 농축산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의 개발·보급으로 저탄소 농업을 실현하면 기후변화가 농업기술 발전의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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