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이용한 ‘통합 물공장’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이용한 ‘통합 물공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3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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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지만 그래도 봄은 살며시 찾아왔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는 죽을 맛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과 모임이 줄어서다. 이번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골목에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만 흘러나온다. 가뜩이나 힘든 민생경제를 마비시켜 더 가슴 아프다.

최근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석유화학산업도 위기상황이다. 수요가 위축되고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른 유가 급락 등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되리란 전망이다. 특히 수십 년간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울산은 기업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코로나19처럼 국가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가정에서는 가장 먼저 식수를 사두는 것처럼 석유화학단지도 물이 부족하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국가 제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석유화학산업은 공업용수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므로 공업용수의 안정적인 수급은 기업경쟁력은 물론, 나아가 국가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현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아 자체적으로 추가 수처리시설을 통해 재처리한 후 공정수 혹은 냉각수 등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대암댐과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낙동강 물 의존도가 95%에 달했다.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겨울철의 낙동강 원수 수질이 상당히 악화됐다. 그래서 기업은 양질의 공업용수를 사용하기 위해 원수에 포함된 불순물을 처리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2017년말부터 2018년초 겨울에는 양질의 공업용수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공장 가동률을 줄여야 할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각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물공장을 증설하기에는 우선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소규모 물공장을 신·증설하여 운영함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과 원가상승 문제 등도 큰 걸림돌이다.

이에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RUPI(울산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단에서는 2013년부터 울산 맞춤형 공업용수 통합공급시설(이하 ‘통합 물공장’) 구축 방안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그 후 상황이 바뀌어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쓰는 대신 하수를 재이용해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방류수를 재이용하면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공업용수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사용하면 우선 원수 가격이 기존보다 톤당 233원이 절감되고 물이용부담금이 톤당 170원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후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가능하고 양질의 수질 확보도 용이해진다. 하수를 재이용함으로써 하수도 요금 감면 효과와 울산시 조례에 따라 상징적인 방류수 사용료 부과에 따른 시 재정에도 기여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시도 방류수를 이용한 공업용수 사업을 계속 추진하여 부족한 공업용수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통합 물공장’은 민간 특수목적법인(SPC)이 나서 부곡·용연지구에 약 1천800억원을 들여 2022년 3월경부터 공업용수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하루 공업용수 공급량은 1단계 9만톤 등 총 13만톤에 달한다. 이 용수는 SK종합화학, SKC, 한주, 한국이네오스스티롤루션, 한화케미칼, 효성, 한화종합화학, 유니드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관련부서는 ‘통합 물공장’ 사업이 더 이상 늦춰지지 않도록 인허가, 부지분양 등을 최대한 협조해줘야 한다.

공업용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개별적으로 물공장을 증설하려면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다. 방류수를 이용한 울산 맞춤형 ‘통합 물공장’을 구축하면 각 기업이 시설운영 및 수처리시설에 필요한 중복 투자비용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양질의 공업용수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하루속히 울산국가산단의 공업용수 부족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울러 새로운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이뤄져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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