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상인 생기 되살린 울산교육청의 배려
시장상인 생기 되살린 울산교육청의 배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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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구 중앙시장과 신중앙시장 내 42개 점포의 상인들이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풀이 죽고 수심이 짙게 드리운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상인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준 것은 울산시교육청이 제작을 의뢰한 면마스크였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사태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근심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 셈이 됐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 위한 시교육청의 선제적 결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개학 전에 미리 장만해 두자는 것이 노옥희 교육감 이하 시교육청 지도부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미리 장만할 마스크는 공적마스크 30만장과 덴탈마스크 45만장, 면마스크 33만4천장을 합쳐 모두 108만4천장 남짓이었고, 이 가운데 면마스크 약 5만장을 전통시장 업체(점포)에 맡기기로 했다.

면마스크 제작을 더 맡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전통시장 내 점포 대부분이 1인 운영체제의 소규모 점포들인 탓이다. 재단, 다림질, 고무줄 꿰기, 뒤집기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공정도 모두 수작업으로 감당해야 해서 하루에 적게는 20~30장에서 많아야 100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이었다. 면마스크 5만장을 다 만들려면 4월 2일까지 매달려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일감을 거머쥔 시장상인들은 날듯이 기쁘다. 코로나19 사태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숨만 쉬고 있었는데 시교육청 덕분에 일할 기회가 생기고, 집안 살림에도 보탬이 되고, 학생들을 위한 일이어서 보람도 두 배라는 것이 상인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보람이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시교육청 관계자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일감을 코로나19 사태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전통시장 상인 여러 분들에게 모아 드리자는 공감대가 시교육청 안에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비록 하찮은 일 같아 보이지만 울산시교육청이 이번에 해낸 일은 아주 크고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같이 나누려는 고통분담과 상생의 정신, 높은 가치의 공동체 의식을 여러 사람들에게 실천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훈훈하고 다양한 소식들을 사례집으로 남긴다면 미래의 기둥 우리 학생들의 정신 교육에도 좋은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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